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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서 살살 녹는 가을 밥도둑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맛집 기행 ⑬ 완도회타운 협동조합 삼치회

  •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0.06 17:01
  • 수정 2016.02.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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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 무더워 ‘여어름’이라 불러야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어느새 파란 하늘이 날로 높아져 간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실려 완도를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 있다. 바로 바다의 별미라 불리는 삼치이다.

봄이- 삼치를 회로도 먹는다는 걸 완도에 와서야 알았어요.

어르신- 도시에서 먹는 삼치는 ‘고시’란다. 그것도 구이로나 먹을 수 있지 싱싱한 회는 어림도 없어. 고시가 삼치 반열에 오르려면 무게가 1Kg은 넘어야하고 제맛을 느끼려면 무게가 3kg 이상 나가는 삼치를 회로 먹어야 한다더구나.

봄이- 삼치회는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갈리던데요. 회는 쫄깃한 맛으로 먹는데 말랑해서 싫다는 사람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이 좋다는 사람들로 나뉘더라고요.

어르신- 그렇긴 하다만 양념장에 찍은 삼치살을 뜨거운 밥 위에 얹고 맨김에 싸먹는 맛은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말이 너무 많았네. 빨리 먹어보자꾸나.

봄이- 삼치회는 쫄깃한 맛은 없지만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에요. 역시 제철 삼치의 찰지고 고소한 뒷맛을 즐기려면 회로 먹어야죠.

어르신- 삼치는 잡자마자 바로 죽어서 보통 구이나 조림으로 먹지만 싱싱한 제철 삼치회는 먹어본 사람만이 안단다.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에 싸먹는 맛도 일품이지.

봄이- 묵은지의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사이로 삼치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에요.

어르신- 두툼하게 썬 삼치의 고소함과 묵은지의 신맛이 어우러져 여름내 지친 미각을 일깨워주는 것 같구나. 혀까지 부드럽고 감미로워지는 기분이야.

봄이- 굵은소금 살살 뿌려 구운 삼치도 맛있죠. 탄력 있고 탱탱한 하얀 살 한 점에 와사비장을 살짝 찍어 먹는 그 맛에 저는 삼치구이를 밥도둑이라 부르는데 맨김에 삼치와 묵은지를 얹은 삼치회도 삼치구이 못지않게 입맛을 당기는 밥도둑이네요.

어르신- 완도 대부분의 횟집에서 삼치회를 파는 이유를 알겠지? 예전엔 청산도에 삼치 파시가 열렸고 ‘삼치 먹었어?’가 인사일 정도였단다.

봄이- 회 뜨고 남은 뼈로 끓여낸 호박찌개도 담백해요.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는 건 모두들 알지만 삼치회나 삼치찌개가 이렇게 맛있다는 걸 도시 사람들은 모르지 싶어요.

어르신- 이 식당에서 삼치회를 주문하면 찌개와 생선구이가 함께 나오고 한 상에 5만원이라고 하더구나.

봄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지만 저는 이 식당이 협동조합이라 좀 놀랐어요. 협동조합이 동업과 비슷하죠? 동업하겠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리잖아요.

어르신- 동업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합의해서 만든 조합법에 따르며 조합원들끼리 서로 돕는데 목적이 있다더라. 식당일이 좀 힘드냐? 조합원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똑 같이 일하고 분배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좋은 게 없지 싶구나.

봄이- 이 식당이 협동조합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만날 때까지 몸에 좋은 제철음식 챙겨 드시고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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