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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앙인 적조는 내년에 다시 온다

이용규(국제슬로푸드 완도지부 회장)

  • 이용규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0.07 13:24
  • 수정 2015.11.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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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국제슬로푸드 완도지부 회장)

완도군은 지난 5월 1일 2015 장보고수산물축제에서 전국 최초로 “대한민국 청정바다 수도 완도”를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 선포식은 완도가 청정바다임을 만방에 알리고, 바다를 깨끗이 가꾸고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청정바다 수도”에 걸맞게 수행해 나가겠다는 완도군의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했기에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청정바다 수도 선포식 이후에도 완도는 매년 해오던 해안가 쓰레기 청소 이상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전복양식장 주변 오염원 제거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던 어장재배치, 어장 바닥청소, 휴식년제 도입 등 어느 것 하나 실효성 있게 진행된 것이 없다.

이런 와중에 찾아온 적조는 추석대목을 준비하던 완도 어민들에게 대재앙으로 다가왔다. 강도가 강력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안전지역이라 여겼던 소안, 노화, 보길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침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완도를 찾은 적조는 눈에 보이는 전복, 광어 등 양식 어패류에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지락, 낙지 등과 같은 바다 밑 저류생물에게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한 이후 생태계 교란까지 감안한다면 그 피해는 실로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적조는 육지로부터 유입된 인 성분과 영양물질의 과잉공급 그리고 자연 정화 역할을 담당하던 갯벌의 감소가 발생원인이고, 발생된 적조는 번식하기 좋은 조건의 수온대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적조의 원인이 바다 자체의 오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무분별한 어장면적 확대” “전복 양식장 주변에 버려지는 연간 20만 톤 이상의 부산물”등이 양식 어패류의 폐사율을 증가시켰던 원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적조 등 환경재앙 확산에 일조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조가 사라지자 피해에 대한 보상절차와 보상규모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적조와 같은 환경재앙 방지를 위한 관련기관과 어민들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건강한 완도바다를 신음하게 해왔던 사내호 방류, 생활하수 및 쓰레기 처리, 양식장 부산물 처리 등과 같은 오염원 유입을 원천차단하려는 활동과 이미 오염된 바다를 복원하는 활동이 “청정바다 수도 완도”의 격에 맞게 대대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바다는 지금 당장 쓰고 버리는 일회용 자산이 아니라 후손에게 건강하게 물려주어야 할 완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적조발생시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적조경보 발령과 실효성이 의심되는 황토 살포 뿐이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피해어민들의 가슴에 두 번 못질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