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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억지

김성률(완도중학교 교사)

  • 김성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0.14 23:52
  • 수정 2015.11.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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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률(완도중학교 교사)

TV 토론프로그램에서 “국정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찬성 입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역사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미래 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 함양과 국론통합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교과서를 집필한 역사 전문가집단을 비전문가가 평가한 수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 주체사상을 가르치며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국정화를 주장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의 우려에도 모르쇠한다.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정제보다 검인정제,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택하는 것이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참 억지스럽다.

국제적으로 보면, 그들이 자랑하는 한국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근무하는 UN의 ‘역사교육은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길러주어야 하고, 역사교육은 역사의 복잡성을 강조함으로써 비교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애국주의를 강화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공식적인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적 지침에 따라 젊은이들을 주조하는 데 복무해서는 안 된다’는 지난 2013년 8월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 특별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은 수준높은 나라이기에 그런 권고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들의 억지는 그 범위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한국사교과서 집필자 협의회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다양한 역사적 사고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마비시키고 합리적인 역사교육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학문과 표현의 자유, 보편적 시민적 권리 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역사교과서를 3차례나 개편한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교육현장에서도 유례없는 것이며 그만큼 교육과정 개편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우려에는 아예 귀를 닫는 국정화 추진론자들의 억지에는 귀가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학자들의 교과서 집필은 정말이지 소가 웃을 일이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 내용에 충실한 전문가들에게 색깔공세를 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수작이 빤히 보인다. 그 진보학자들이 스스를 진보니 보수니, 좌익이니 우익이니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데도 좌익이니 진보니 억지를 부린다. 그 학자들은 학문적 업적으로 평가받고자 한다고 밝힌다. 공격하고 싶으면 학문적 접근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면 될 것이다. 그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을 좌익이니 뭐니 공격하는 건 유치하지만 그대들 자유다. 하지만 명예훼손은 조심하길 바란다.

그런데 그렇게 미워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들이 친일을 했는가, 나라를 팔아먹었는가? 짐작가는 게 없진 않다. 그들 조상이나 부모의 역사적 공과를 사료에 입각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은 아닐까? 지금 강하게 국정화 교과서를 추진하는 주요 인사들을 보면 그들의 부모가 저지른 반민족이고 매국적인 행위자들이다. 이것은 아이러니다. 그들 부모대에서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면 자중하고 미안해 할 줄 알아야 하거늘, 오히려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는 전문가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억지를 보게 된다.

한 가지만 충고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교과서 관련 토론을 하러 나서려거든 그 교과서가 어찌 생긴 건지 내용은 어찌 되어있는지 한번쯤은 훑어보고 나오길 바란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내용에 뭐가 들어있는지 정도는 알고 나와야 지켜보는 사람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걸 아예 모르는 것인가, 모르쇠 하는 것인가? ‘주체사상’이란 단어도 반드시 포함시키라고 되어있다, ‘당신들의 국가’가. 그래서 비판적으로 넣었는데 그게 주제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새누리당 대표의 현수막은 참 가관이다. 억지가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