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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의도의 반헌법성

이창환(변호사, 법무법인 공존 대표)

  • 이창환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0.22 01:20
  • 수정 2015.11.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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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변호사, 법무법인 공존 대표)

박근혜 정부는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 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하여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제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기존의 검정제도하에서도 정부는 민간 제작 교과서의 내용을 심사하여 불합격시킬 수 있고,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내용의 수정을 명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그 동안 검정제도를 통해 합격결정을 받은 것만 교과서로 사용하도록 해왔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수정명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기왕의 사정이 이러함에도 역사교과서들이 “각종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있다니 그런 주장 자체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만일,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기존 역사교과서들에 그런 문제점들이 많다고 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지 다른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검정을 제대로 하도록 독려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제로 전환하여 박근혜 정부가 직접 역사교과서를 쓰겠다고 하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못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집권세력에 새겨져 있는 친일과 독재의 이력을 은폐하고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주지하다시피 자유민주주의는 사상과 이념의 다양성과 공존을 인정하는 것을 핵심 원리로 한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양심·학문·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난데없이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국정제로 전환하겠다니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하고자 하는 발상 아닌가? 우리 헌법 하에서 사회적 논쟁은 보장되어야지 종식시킬 일이 아닌 것이다. 사회적 논쟁을 보장하면서도 당면한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합의를 얼마든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누구 맘대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제 전환에 즈음하여 역사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전쟁’은 적대세력을 완전히 제압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 새누리당이 제압하여 소멸시키고자 하는 대상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반대자들을 제압하여 소멸시키는 전쟁이 과연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허용될 수 있는 일인가? 전쟁에서는 통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허용되기에 향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동원할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도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어느 보수 인사는 칼럼에서 박근혜 정부에게 “교과부 장관, 청와대 교문수석, 국사편찬위원회를 지금처럼 놓아둬선 안 된다. EBS 강의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도 확실하게 틀어쥐어야 한다.”라고 훈수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말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현수막은 앞으로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태도의 예고편으로 보인다.

전쟁하듯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대한민국 보수세력의 인식과 의도가 위험하고 심히 우려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