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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개꼬리)초라 불리는 강아지풀

(완도 야생화) 강아지풀/화본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10.27 20:22
  • 수정 2015.11.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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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은 화본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8월 즈음에 꽃 핀다. 푸르던 이삭이 가을이면 황금색으로 변하면서 서서히 고개를 숙인다. 논밭 언덕이나 바닷가 모래나 자갈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주 열심히 살아간다. 특별한 천적도 없어 보인다.

이삭 모양이 개의 꼬리를 닮아 개꼬리풀, 즉 구미초(狗尾草)로 불린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개 대신에 이리에 비유하기도 했다(狼尾草).

구석기 이전부터 온대 지역에서 널리 서식한 풀로 마치 키 작은 조(서숙)를 닮았다. 가뭄이나 흉년 때 강아지풀의 씨앗(종자)으로 죽을 끓여먹기도 해 구황식물이라는 명예도 얻었으나 쉽게 믿기지 않는다. 9월쯤 뿌리를 캐어 촌충의 구충제로 쓰이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린 아이들은 금새 이 풀과 친해져 만지고 놀면서 이삭을 뽑아 입에 가져가곤 한다. 어릴 적에 한 손에는 강아지풀 한 주먹을, 다른 손에는 호미 한 자루를 쥐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물 나면 바닷가 모래밭에서 찾은 구멍마다 강아지풀을 미끼로 넣고 쏙을 유인해 잡기도 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이 잡풀을 고양이들이 먹기도 한다. 가끔 개가 강아지풀을 뜯어 먹고 게우는 것도 이 풀 안에 들어있는 구충 성분 때문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농사가 천하의 으뜸이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추수철이지만 농부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사람이 먹던 쌀과 보리와 옥수수를 소가 먹는 대신, 인류의 12%는 굶고 있다. 노동을 빼앗기고 비육되는 소들은 특별한 사람들의 단백질이다.

소들을 위해 볏짚까지 쓸어 간 텅빈 정도리 들녘에 찬바람 쌩쌩 부는데 구미초 나락들만 통통하게 익어가는 쓸쓸한 가을이다. 강아지풀은 내년에도 또 풍년이겄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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