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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빈 강정으로 전락한 청산도 가을

완도 톺아보기

  • 김영란 기자 gjinews0526@hanmail.net
  • 입력 2015.10.29 17:13
  • 수정 2015.11.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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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지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만 같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완도군의 대표적인 봄 행사인 ‘청산도 슬로우걷기축제’는 이제 전국의 상춘객들이 손꼽고 있는 봄 축제 중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는 스마트 시대에 '천천히, 느리게'를 권하는 행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청산만의 수려한 경관들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라도 섬 전체를 끼고 돌며 펼쳐진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보고 빠르게 지나칠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섬 전체가 예술이다”는 관광객들의 후기는 ‘내 다시 한 번 오겠다’는 기약도 담겨 있을 것이다. 혹시 이번 청산면 ‘가을의 향기’ 행사 기간 동안 또 다시 청산을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좋은 기억들 그대로 간직한 채 돌아갔길 바란다.

하지만 이번 ‘가을의 향기’ 행사는 ‘속빈 강정’이었다. 떠들썩하게 홍보한 것에 비해 볼 것도, 먹을 것도, 체험할 것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체험 행사장의 문이 잠기고 별다른 안내문도 없이 방치된 채 긴 시간동안 관광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 풍경만 바라보다 돌아갔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청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6일 청산면 관광의 메인코스로 잘 알려지고 홍보되고 있는 ‘봄의 왈츠’ 드라마 세트장은 영화 '서편제' 돌담길과 이어져 관광객들이 청산에 들어선 후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세트장의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고, 바로 옆 조개공예 체험장 역시 쇠사슬로 출입문이 묶여 있었다. 행사를 운영하는 요원들조차도 문이 잠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드라마 세트장은 면사무소가 관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뿐 아니다. 행사 기간과 개회 시기가 맞지 않았던 코스모스는 이미 지거나 뽑혀 리플랫 속 청산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공든 탑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봄 청산의 이미지에 자칫 급하게 끼워 넣은 듯 보여지는 이번 청산의 행사가 하지 아니한 것만 못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길 바란다.

행사의 주체인 주민들이나 실제 운영 요원으로 나선 청산면 공무원들 모두에게 이번 ‘가을 향기’ 행사에 할 말 많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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