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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와 외국인박남수(편집국장)
박남수 기자 | 승인 2015.11.05 03:45

남도지역의 대표적인 민요 진도아리랑의 수많은 가사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유자는 얽어도 선비 손에서 놀고 탱자는 고와도 똥밭에 구른다.’ 유자가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일 것이다.

지방자치와 함께 시작된 고금면 축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자는 뜻에서 처음에는 월송축제로 시작했으나 이내 유자축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때 이에 대한 비판이 있었으나 고금면 축제는 지금까지 유자축제라는 이름으로 9회째 이어져 오고 있다.

‘사랑이 움직이는 것’일 때 하물며 축제 이름 바뀌는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유자축제가 열리는 지금 고금도에서 유자는 한창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그래서 장보고축제에 장보고 없고 보길 윤선도축제에 윤선도 없듯, 고금 유자축제에는 유자가 없다. 내빈석과 무대 앞을 장식하는 바구니에 겨우 채웠을 뿐이다.

그런데 유자 없는 유자축제가 언제부턴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매우 이질적인 존재가 어울리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축제의 일부가 되었다. 그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고금면 원주민들이 마을 대항 체육경기를 벌이던 낮 시간과는 대조적으로 노래자랑과 축하공연이 열리던 밤 시간 무대 아래는 이주민들 차지가 되었다.

20여 명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진기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그들을 고용한 양식장의 대표들도 함께 어울렸고 마을 주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웃음을 주고 받았다. 심지어 처음 만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돼 펼치는 한바탕 난장의 무대였다.

유자 없는 유자축제에서 유자를 매개로 여러 문화가 만나더니 하나가 되었다. 고금유자축제의 새로운 변모요 진화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완도읍에서도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조류센터 아래에 모여 술 마시고 흡연하는 외국인들을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들이 어선에서, 해조류 생산 현장에서, 전복 양식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경제 주체들이다. 그들이 없다면 아마도 완도 경제는 순식간에 멈출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은 생산자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이고 납세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하고 있는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거리가 아직은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그리 가깝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유자축제가 둘을 묶어주고 간격을 좁혀주고 있다. 유자의 새로운 발견이자 용도이다.

유자가 맺어준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 우리는 그 인연을 잘 키워가야 한다. 완도가 전국 어느 시군보다 외국인들이 일하고 체류하기를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 위해 관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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