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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택시보다 더 빠른 울 엄마

김숙희(빙그레식당 대표)

  • 김숙희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1.11 23:28
  • 수정 2015.11.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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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가 대체 휴일이 적용된 바람에 하루 더 쉬게 되었다.

식당 직원들 전체를 다 쉬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마지막 날은 출근하도록 했는데 모두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까지 쉬고 내일 출근 할게요."

연휴 뒷날인데 무슨 손님이 있으려나 싶어서 나도 맘 편히 먹고 천천히 출근준비를 했다. 식당에 출근해보니 반찬통은 텅텅 비어 있고 10시도 안 되서 오는 전화들이 어쩐지 수상쩍다.

바삐 한다고 해도 직원혼자 달랑 출근해서 밥도 해야지 생선도 구워야지 나물이랑 밑반찬도 해야지 손이 부족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친정에 전화를 했다. 엄마! 오셔서 밥 좀 퍼 주세요"식당일 중에 밥처럼 긴급을 요하는 종목도 없다. 시간을 놓쳐버리면 떡밥이 되서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밥이 뜸이 들 동안은 오시겠지 하면서 엄마를 기다리는 데 왠걸 엄마는 5분도 채 안되어서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눈이 동그래진 내가 "엄마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왔어요?" 물었더니 아버지 오토바이 타고 오셨단다. 순간 눈물이 핑 돈다.

엄마와 마주치기만 하면 엄마를 닦달 하고 타박하고 오시면 뭔가 가르치려고 하시는 엄마한테 "어휴! 잔소리 좀 그만 하세요"라고 말하는 딸인데도 엄마는 꿋꿋이 개의치 않고 "너 암만 뭐라고 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인지, 오늘 들은 말 내일은 잊어버리시는지 우리 집에만 오시면 쉬지 않고 일만 하고 가시는 엄마를 보면서 난 왜 이렇게 못된 딸일까 엄마에게 예쁘고 곰살맞은 딸이 왜 안 되는 걸까 하면서도 엄마에게만은 삐따기가 될 때가 많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그러지 마소! 부모님이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곁에 계실 때 잘해드리소" 그리고는 돌아가신 아버님 이야기를 한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아버님께 언성을 높인 일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며 잘해드리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다.

작년에 엄마가 오토바이사고로 크게 다치신 적이 있었다. 오백 미터도 안 되는 우리 집에 오시기까지 무려 여섯 달이 걸렸었다.

"이러다 엄마가 영영 내 곁을 떠나면 어쩌나 싶어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엄마를 보고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었다.

그리고 얼마쯤은 건강을 회복하신 엄마를 보면서 조금만 더 오래 사시기를 간구한다. 팔십 이신데도 할머니 같지 않은 얼굴이 여전히 곱고 예쁘다.

늘 처음 보는 사람들은 "엄마는 예쁜데 딸이 엄마 닮지 않았네." 라는 말로 나를 열 받게 할 때가 많지만 이 세상에 누가 있어 내가 부른다고 만사를 제쳐두고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내 곁에 올 사람이 엄마 말고 그 누가 있겠는가? 남편도 아이들도 형제들도 친한 친구들도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성경말씀에 "눈에 보이는 부모님을 섬기고 공경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눈에 보이지 않은 하나님을 섬기고 사랑한다 할 수가 있겠는가?" 또 에베소서 6장에서는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

나는 가끔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늘 반성하고 후회도 해 보지만 ​아직도 여전히 엄마 앞에서만은 욱하고 삐딱한 말을 서슴지 않을 때가 많다.

​남동생에게 " TG아! 나는 식당하면서 변했나봐. 왜 이렇게 다혈질이 되었을까?" 그랬더니 이렇게 위로해준다 "누나! 누나가 욱한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지 세어봐. 욱할 수 있는 사람은 누나를 다 받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괜찮아 . 성질머리 더럽다고 뭐라고 말할 사람들 앞에서 욱할 수 있겠어?"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엄마밖에 없다. 이 세상사는 동안 성질난다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받아주는 사람! 부모님 밖에는 없다. 그러니 살아계시는 동안 효도해야 할 텐데.... 많지 않은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