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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여 나아가면 시간의 향기를 만난다

완도의 힐링 길 (2) 보옥에서 예송까지

  • 김영란 기자 gjinews0526@hanmail.net
  • 입력 2015.11.19 11:51
  • 수정 2015.11.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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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보길면 백형인


고산 윤서도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든 보길도. 고산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보길도 전체 형국을 읽고 핵심 요처에 연못과 정자를 앉혀 섬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들로 둘러 쌓인 섬 해안 길은 그의 산책로였을까?

윤선도의 호가 고산(孤山) 또는 해옹(海翁)이라는 사실에서도 느껴지듯 이름에서부터 산과 바다를 무척 사랑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연유로 처음 목적했던 제주도가 아닌 이곳 보길도에 머물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보길도는 다른 섬들과 달리 해안도로가 섬 전체로 이어지진 않았다. 보옥리와 예송리로 이어지는 곳은 해안 절벽이 많아 일반 도로를 개설하기는 어렵고 위험한 탓으로 현재 이곳은 보옥과 예송으로 이어지는 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총 5.16km 구간 중 현재는 2.86km가 데크로 보완된 상태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 곳을 명품 길로 손꼽고 있다. 명품이라 함은 걷기가 편하다는 뜻이 아니고 인공시설보다 자연경관 보존에 심혈을 기울여 주위의 전망과 경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는 뜻이다.

실제 이곳 탐방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한눈에 보며 걸을 수 있어 색다른 감흥이 느껴진다.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넓지 않아 동행자가 있어도 나란히 걷기는 힘들다. 간간이 힘이 드는 구간에는 밧줄을 이어놓아 그리 어렵지 않게 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서 걷다보면 눈과 귀가 저절로 열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공룡알해변 좌측 끝에서 시작돼 예송리까지 이어지는 탐방로의 푸른 하늘과 경관들은 차량으로 쉽게 일주할 수 없는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고도 남을 것이다.

해안절벽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풀들과 나무, 이름 모를 꽃들이 계속계속 나타나 발길을 붙드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덤이 된다.

이곳 보길도는 속도가 가져다 줄 수 없는, 직접 몸을 움직여 나아가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향기로 남을 것이다.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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