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삔추새는 동백꽃을 좋아해완도 야생화: 동백나무/차나무과
박남수 기자 | 승인 2015.12.09 21:31

추운 겨울 날 점심 무렵에 중학교 운동장 옆 계단에서 아이가 한 손에 동백꽃을 가득 올려놓고 꽁무니를 하나씩 입에 대고 빨더니 버린다. 바닥에 동백꽃이 벌써 여럿 굴러다닌다. 동백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것이 마치 이 아이를 위한 것 같다.

‘나무 박사’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동백이 겨울에 꽃 피는 이유를 동백나무 나름의 셈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우리 나무의 세계,’ 김영사, 41쪽부터) 식물의 생애 중 꽃 피우기는 시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또 주변 식물과의 치열한 경쟁도 필연적이다. 동백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것이 종족 보존에 유리하다는 자기 나름의 선택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 작전을 위해서는 난제 하나를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수분(꽃가루받이)을 하느냐가 그것이다. 벌, 나비 등이 동절기에 있을 리 없고(충매화),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를 날리기도 어렵다(풍매화). 그럼, 어떻게 꽃가루를 옮길까?

동백은 곤충과 바람 대신 새들과 거래하기로 했다. 겨울은 새들에게도 배고프고 추운 계절이다. 붉은 동백의 노란 꽃술 아래 깊이 감춰진 꿀 창고에서 새들이 달콤한 꿀을 얻는 대신 동백을 위한 미션이 이들에게 있다. 이 꽃 저 꽃을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운반하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새를 이용한 이런 식의 수분을 조매화(鳥媒花)라고 한다.

동백나무와 계약을 맺은 대표적인 새가 작고 귀여운, 노란 동박새이지만, 우리 완도에서는 삔추새(직박구리)가 그 일을 한다. 삔추새는 회색의 큰 새다. 먹성 좋은 삔추새는 완도 동백을 독식하다시피 한다. 학교 교정에서 동백꽃을 빨던 그 아이는 삔추새가 즐기던 맛을 아는 거다.

그런데 요즘 완도군이 동백에게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 돈벌이에 나서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얼만큼 근거 있는 이야기일까? 인간들에게 절호의 기회겠지만 동백들에게는 절명의 위기일 수 있겠다. (동백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됨) /박남수 기자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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