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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졸업시키지 말아주세요"

완도를 이끄는 단체- 제일한글학교

  • 위대한 기자 zunjo@naver.com
  • 입력 2015.12.10 13:21
  • 수정 2016.01.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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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오전 10시 제일한글학교에 모인 늦깎이 학생들이 가방 속에서 책과 공책을 꺼냈다. 얼마나 넘겼는지 손때 묻은 책과 공책이 곧 찢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옆 짝꿍과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해가며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를 한 글자씩 읽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뜨거운 배움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1년 수료과정을 마친 수료생 대부분이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참여한다.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한 탓에 책 한권을 1년간 반복해서 배워도 여기에서 글을 읽고 써보지 않으면 그동안 배웠던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70이 넘는다. 배움의 시기를 놓쳐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어르신들은 “우리 졸업시키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며 대부분 몇 년 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지현(43) 강사는 책과 노트를 받고 너무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어렵게 시작한 배움의 기회를 놓지 않으려는 그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한다.

2007년 완도제일한글학교로 시작한 완도평생교육원 제일한글학교는 교육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지금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성인문해교육기관으로 등록되어 3년 동안 한글 교육을 수료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수여받는다. 현재 50여 명의 어르신들이 4곳의 교실에서 수준별로 교육을 받고 있다.

늘 배웠던 것을 잊어버리는 어르신들은 “우리가 자꾸 까먹어서 미안하다”며 열심히 지도해 준 선생님들이 속상해 할까 걱정한다. 하지만 “잊어야 우리가 가르치죠”라고 성인문해교육을 담당하는 4명의 강사는 답한다. 강사들은 어르신들이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만족하며 학생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며 글을 깨우쳐 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제일한글학교에서는 음악, 미술, 기초영어 교육도 하고 있다.

지난 10일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평생학습 축제 때 한글교실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써 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가슴이 찡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배우지 못한 설움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만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고 즐겁다. 글자를 읽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소녀 같은 미소를 짓던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난다.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는 것이 부끄러워 배움터에 찾아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용기를 내어 제일한글학교에 찾아가기를 바란다. 또한 그들이 글을 배워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갈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제일한글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위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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