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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호남정치의 과제

이창환(법무법인 공존 변호사)

  • 이창환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2.16 21:30
  • 수정 2015.12.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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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이를 두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의 패권주의가 안 의원을 내몰았다는 주장과 총선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야당을 분열시키는 배신행위라는 비난이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안 의원의 탈당에 관심이 집중되고 격렬한 논란이 이는 이유는 안 의원의 탈당으로 인해 중도적 유권자들이 정권교체의 편에 묶이지 아니하면 다음 총선에서의 승리는 물론이고 개헌 저지선인 1/3 의석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깊은 우려 때문일 것이다.

안 의원은 탈당하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은 이제 ‘새정치·정권교체’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문과 안으로 대변되는 두 세력이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당권을 공유하면서 야당의 당면 과제인 혁신과 물갈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는 달리 결국 안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다. 안 의원이 탈당 이후에도 정권교체의 편에 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마당에 안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어 비난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문과 안 사이에는 정치적 성장 배경의 차이만큼 이념과 노선의 차이가 있으니 각자 자기 길을 가면서 약속한 야당의 혁신과 물갈이에 충실한다면 그 또한 개혁진보 진영의 외연이 확장되는 방향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안 의원의 탈당은 호남정치에 전에 없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당장 호남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각축전이 전개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야권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추가로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는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 의원의 탈당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기존 정치질서를 어느 정도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다.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야당의 혁신에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개혁진보 진영의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호남에서는 그동안 유권자들이 각자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갖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기존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안 의원의 탈당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여러 정당과 인물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는 새로운 정치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하여 하나의 당에 표를 몰아주는 호남의 기존 선거관행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가 생길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다른 지역에 어떻게 연쇄적인 파급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야당에 90%를 넘나드는 표를 몰아줌으로써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에서는 20년도 넘는 동안 야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관행이 정착되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정치의 기본이 실종되고 말았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매우 컸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야당에 90%를 넘나드는 표를 몰아주는 모습은 지역주의라는 불명예의 징표로 해석되기도 했고, 그러한 해석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영남지역에서는 오히려 보수여당에 표가 집중되는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하여 개혁진보진영은 호남정치에만 더욱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허약함에 빠져들게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기존 신당 창당 움직임과 안의원의 탈당으로 조성된 새로운 정치환경이 호남정치와 개혁진보진영이 겪고 있는 위와 같은 악순환과 질곡을 벗어던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