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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2와 다리 3을 버스로 건너니 섬이 6개라

완도군청에서 소랑도까지 100리 바닷길 투어 ①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12.30 00:45
  • 수정 2015.12.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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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청을 출발해 신지, 고금, 약산, 금일을 지나 소랑도까지 6개 섬을 투어하는 버스가 있다. 고금여객 16인승 버스이지만 아침 출근(통학) 시간과 장날을 빼면 늘 한가하다. 운이 좋다면 기사 아저씨와 단 둘이 여행할 수도 있다.

6개의 섬을 투어하는 동안 3개의 다리(신지대교, 약산대교, 소랑대교)를 건너고 2번은 배를 타고 간다. 버스가 통째로 배를 탄다. 세월호 사고 이전까지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릴 필요가 없었으나 이제 대부분 늙은 승객들은 배를 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발권해야 한다.

고금에서 버스가 배를 타고 신지를 거쳐 완도까지 간 것이 2007년부터였으니 햇수로 9년이 됐다. 2년 전부터 약산, 금일, 소랑도까지 연장됐다.

2번 배를 타고 건너는 바닷길을 제외하고 차가 달리는 거리만도 총 45킬로미터가 넘는다. 100리가 넘는 셈이다. 6개의 섬을 투어하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 운행을 시작했을 때 버스들은 짙은 빨간색(자주색)이었으나 지금은 연녹색 차량도 섞였다. 고금도에서 완도까지 운행하는 총 7회 중 4회가 완도군청에서 소랑도까지 가는 긴 코스이다.

빛의 속도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요즘 시대에 한가하게 산 넘고 물 건너 6개의 섬을 돌아보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섬 곳곳을 느리게 살피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려 한다면 완도군청에서 소랑도까지 100리 넘는 길을 강추하고 싶다.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완도 섬 100리 길 투어에 필요한 자금은 가는 데 5800원(도선비 5000원 정도 별도)이면 충분하다.

이제 고금여객 버스를 타고 완도군청을 떠나 출발해 보자.

군청을 출발해 주도를 등지고 시원하게 뚫린 장보고대로를 달리면 금방 완도수고, 문화예술의전당을 지난다. 교차로(완도IC)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신지대교가 금방 나타난다. 2006년에 개통된 신지대교 덕분에 이제 배를 타지 않고도 명사장(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다.

신지대교 왼쪽으로 농공단지, 장보고동상, 장좌리 장섬과 멀리 고금도 봉황산도 보인다. 오른쪽을 보면 완도항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뒤로 고개를 돌리면 상황봉이 우뚝하니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본다.

신지 첫 마을 강독과 송곡 사이 바다에 가두리 양식장이 많이 떠 있다. 명사장 가는 큰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송곡 마을에 이른다. 송곡은 조선 후기에 신지도진이 있었던 큰 마을로 송덕비와 공적비가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을 잃어버렸고 부둣가에 있던 마지막 비석조차 최근에 넘어졌다.

송곡항에 버스가 도착했다. 이제 승객들은 모두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신분증을 꺼내 대합실로 가서 풍진호(여객선) 승선권을 구입해야 한다. 발권 후에 신분증과 표를 다시 한번 풍진호 승무원에게 제시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바뀐 섬 풍경이다.

여객선으로 건너려는 고금도 상정항은 배로 겨우 5분 거리이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깝다. 좁은 바다를 건너는 풍진호 오른쪽으로 2016년에 조기 개통된다는 장보고대교에 올릴 상판을 커다란 크레인이 들고 있다. 크레인이 우선 들어 올려야 할 것은 아직도 진도 바다 속에 잠겨있는 세월호일 거다. 풍진호는 이제 고금 상정항에 도착한다. (다음에 이어짐)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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