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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은 땅·나무·사람이 함께 사는 길"

완도를 희망하는 사람들: 완도유기농유자농업인연구회 강상묵 회장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1.20 19:57
  • 수정 2016.01.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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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지난 19일, 유자농원이 눈에 묻혀 있다.

눈이 몹시 내렸던 지난 19일 아침 고금도 청학동 유자밭을 찾았다. 저수지 아래 차를 세워놓고 걸었다. 약간 비탈진 유자밭 사이로 난 길 끝 맨 꼭대기에 그의 집이 있었다. 내린 눈은 길뿐만 아니라 유자나무 잎에도 소복이 쌓였다.

귀농 9년째 오로지 유기농 유자 농업의 외길을 걸어온 동연농원 대표이자 완도유기농유자농업인연구회 회장인 강상묵(60) 씨를 만나 그의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 꿈에 관해 들었다.

완도유기농유자농업인연구회 강상묵 회장

2008년에 귀농해 유자농사를 시작한 강 회장은 올해부터 유기농으로 전환해 12,000평 농원에서 매년 50톤 이상의 유자를 생산할 예정이다.

유기농 유자가 관행농과 어떻게 다른가 물었더니 강 회장은 “유기농 유자는 과육의 속이 빈틈없이 단단하다. 그래서 10톤 트럭에 같은 양을 실었을 때 유기농 유자는 관행농보다 많게는 1톤까지 무게가 더 나온다. 또 이번 가을 장마 때에도 유기농은 썩지 않았고 저장 기간이 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료와 약제 등 비용면에서 40%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기농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무농약으로 시작해 한 해 농사 전체를 망치기도 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고금청학동유자영농조합법인 이대식 대표는 “처음엔 굿도 아니었다. 미친 사람 같았다”고 회고했다. 친환경(무농약) 인증을 받기까지 5년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 그리고 또 2년의 도전 끝에 올해부터 유기농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고금도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업인은 강 회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유자농사가 처음이었던 강 회장에게 모든 게 배움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에 편입해 2년만에 졸업했다. 또 농업기술센터 농업인대학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때 만난 동료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유자농업의 선진지인 고흥군을 매달 한두 차례 찾아 재배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천연 재료를 이용한 친환경 약제와 비료를 만드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그렇게 고생 끝에 터득한 친환경 농업 노하우를 연구회 회원들과 공유하고 교육하는 데에도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요즘 법인에서는 수질과 토양 검사기, 당도측정기, 잔류농약분석기 등을 이용하거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보행형 분무기 같은 장비를 구입해 임대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애써 배운 영농 기술을 감추지 않고 회원들과 조합원들을 위해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고 보급했다. 친환경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마을 사람들까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조합원의 절반이 친환경(무농약) 유자를 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15년 완도군 자연그대로 유기농 거점마을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청학동 윤기제 전 이장은 “무농약으로 불가능한 줄 알았던 유자가 친환경으로 된다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조합원 중 70%가 친환경 농업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이고 2017년까지 전 조합원이 친환경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강 회장에게 유기농은 땅과 나무와 사람이 모두 사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서 유기농에 도전한 8년은 땅을 살리는 시간이었고 땅과 나무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제사 둘이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땅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땅 주인이라고 말하는 강 회장은 농원에서 자라는 풀(잡초)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를 ‘천적 효과’라 불렀다. 유자나무의 해충을 죽이는 또 다른 천적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풀밭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과원 바닥은 온갖 풀들로 무성하다. 웃자란 풀도 한 뼘 정도를 남기고 매년 한 차례 벨 뿐이다.

땀과 노력으로 성공한 농업인이 된 강 회장은 그 공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린다. 자신이 유기농 전도사가 된 데는 마을 사람들과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귀농의 제일 조건으로 이웃과의 소통과 화합을 꼽았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지식이 있어도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8년간의 그의 노력과 고생담은 마을 사람들이 더 잘 안다. 이제는 그들이 강 회장을 따라 친환경의 길을 걷는다. 연말 총회 때마다 강 회장에게 이장을 하라고 추천하지만 개발위원으로 만족한다.

완도유기농유자농업인연구회 회장, 완도자연그대로 유기농거점마을 대표, 고금청학동유자영농조합법인 총무인 강 회장에게 2016년은 매우 중요한 해이다. 기후변화, FTA 등 만만찮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업의 전망은 밝다고 말한다. 지금도 유기농 유자의 가격은 관행농 유자의 2배에 가깝다. 없어서 못 판다.

그런데 강 회장에게 요즘 다른 고민이 있다. 이제 친환경 유자를 이용한 우리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고 자체 가공 시설을 마련하는 일이다. 좋은 상품이 개발되면 수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할 법인, 연구회, 청학동 사람들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으로 그는 자신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안정된 도시 생활을 접고 낯선 고금도에 닻을 내리고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유기농 유자의 꿈을 이룬 그의 진짜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된 듯하다. /박남수 기자

유자가 한창 익어가던 지난 11월 2일, 강상묵 회장의 유자농원 바닥에 별꽃, 살갈퀴 등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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