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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봉 숯 가마터와 가시나무

이승창(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1.21 02:46
  • 수정 2016.01.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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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두 주 전 주말 산행은 대야주차장을 출발하여 백운봉으로 올라 상황봉까지 이동한 후 다시 처음 산행을 시작했던 곳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백운봉에서 상황봉으로 가기 위해 내려오던 도중 전망대 겸 대피소에 이르기 전 등산로 옆에 뭔가 있었다.

수목원이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예전 숯 가마터를 원형대로 발굴 복원해 안내판을 세워놓은 것이었다. 안내판의 내용 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조선왕조실록 정조 18년(1794년) 공납 기록’이란 구절로 시선이 옮겨갔다. 기록을 읽으면서 얼핏 관련 기록을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났다.

조선왕조실록의 관련 기록을 검색해보니 “완도에서 우수영에 매달 15파(把)의 땔나무와 한 달 걸러 한 번씩 20석의 숯을 바쳐야 합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기록으로 보면 완도가 숯을 생산하는 주산지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어 “가서목(哥舒木,)은 더욱이 단단하고 질긴 좋은 재목으로서 군기(軍器)의 중요한 수요인데 유독 이 섬에서만 생산됩니다. 그러니 이것은 모두 토산물 중의 기이한 보물입니다”라고 쓰여 있어 가시나무의 특징과 군사무기를 만드는 재목으로 사용됐다는 것,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완도에서만 자라고 있다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안내판 아래에는 “숯의 주원료가 되는 붉가시나무가 수목원 산림면적의 50~60% 이상 분포”되어 있고, “숯의 원재료인 목재의 조직이 치밀하고 비중이 높아, 일반 온대성 참나무 숯에 비해 강도가 높아 화력이 세고 불이 오래 가는 장점 지님”이라고 나무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하고 있었다. 상황봉 일대에 가시나무가 푸른 융단을 펼쳐놓은 듯 숲을 이루면서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활용가치가 높은 귀한 나무인 줄은 미처 몰랐다.

숯은 탈취와 습기 제거 효과가 있고 음이온을 방출하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숯 중에서는 참나무로 구운 참숯이 으뜸으로 치는데, 가시나무로 만든 숯이 그보다 더 좋은 숯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상황봉 산행을 하다보면 등산로 주변의 곳곳에는 희미하게나마 숯가마 흔적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대야리 산기슭에서 숯을 굽는 가마가 있고 가끔 그곳에서 숯을 구울 때 가마의 굴뚝으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숯 굽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절차나 과정은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지금은 완도읍 사람들의 상수도 수원지로 지형이 바뀌어 출입이 어렵지만 대야수원지 윗쪽과 백운봉 아래 사이에는 대숯골이라는 마을이 있었고, 거기에서 숯을 구워 장에 내다 팔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숯과 관련된 대숯골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봉 숲들은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임목밀도를 조절하여 숲을 보호하기 위한 간벌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간벌로 베어진 나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처리방법이 없다면 베어진 나무들을 한 곳으로 모아 숯을 구워 지역의 특산품으로 외지에 알려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경쟁이 치열한 요즘 세상에는 남들과 차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남들이 이미 손을 댄 분야에 많은 돈을 들여 애쓰는 것보다는 지역에 있는 흔한 자원을 잘 손질하고 포장하여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도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