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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노랗게 물든 사연? 매생이 때문!

완도의 산들: 조약도 삼문산(三門山) ①
이승창(완도군 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1.28 00:03
  • 수정 2016.02.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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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고금면 상정리 바다에서 어민들이 매생이 발을 손질하고 있다.
고금도 상정리에서 바라본 신지도 모습.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건설이 한참 진행 중이다.

섬 안에 자라는 자생 약초가 129종으로 알려진 조약도(助藥島, 약산면)의 중심에는 삼문산이 있다. 삼문산은 해발 높이가 399미터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다도해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이 산은 방목하는 흑염소와 자생하는 삼지구엽초(음양곽)가 특산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조약도로 가는 길과 섬의 특산물 등을 소개하고, 다음 번에 삼문산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산에서 만난 모습들을 살펴본다.

섬 아닌 섬 조약도를 찻길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군청 소재지인 완도읍에서 가는 방법과 광주나 목포·순천 등 타 지역에서 접근하는 길이 있다.

먼저 완도읍에서 가는 길은 완도와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를 건너 송곡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고금도 상정항으로 건너야 한다.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장보고대교가 준공되면 이 길은 배를 타지 않고 차로만 이동이 가능하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상정항에 도착하면 고금면 소재지까지 77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소재지에서 830번 지방도를 따라 약산대교로 향하게 된다.

광주·순천 등지에서 삼문산 산행을 위해서는 강진읍을 거쳐 23번 국도를 따라 마량을 지나 77번 국도인 고금도 가교리를 연결하는 고금대교를 건너 고금면 소재지를 거쳐 830번 지방도를 따라 고금면과 약산면을 잇는 약산대교를 건너면 조약도에 도착한다.

다리를 지나 약 1.3㎞쯤 가면 회전교차로를 지나는데 50미터쯤 더 가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좁은길로 3㎞ 정도 가면 관산리를 지나 산행 들머리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고, 왼쪽 큰길로 따라가면 약산면 소재지인 장용리와 산행 들머리가 있는 죽선리로 가게 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고금도와 조약도의 바닷가는 아직 추수를 끝내지 않은 논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노란 대발들이 줄지어 연안 바다를 뒤덮고 있다. 겨울철의 별미인 매생이 양식을 위한 매생이발(일명 ‘백대’라고도 한다)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예전에 김 양식을 주로 하던 시절 매생이는 김발에 달라붙은 잡초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바뀌어 웰빙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운 사위에 매생이 덖어준다’”는 속담이 있듯 매생이는 아무리 덖어도 김이 나지 않아 얼핏 봐서는 뜨거운 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모르고 먹다가 입안에 화상 입기가 쉬워서 이처럼 재미있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매생이 덖음의 조리법은 물을 넣지 않고 원재료만을 덖다가 쇠고기나 굴 등 다른 재료를 넣어 조리하기 때문에 물을 넣고 끓이는 국이나 탕의 조리법과는 전혀 다르다. ‘덖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나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명칭과 요리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흑염소가 유명한 조약도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는 흑염소를 재료로 만든 수육이나 전골·탕 등의 염소 요리다. 필자가 약산면에 와서 흑염소 요리를 처음 맛본 지가 30년 가까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그보다 더 맛있는 염소요리는 먹어보지 못했다고 장담할 만큼 염소요리가 뛰어나다. 다른 지역에서도 가끔 약산 흑염소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약산의 흑염소와 관련한 요리가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라는 속담이 있기는 하지만 산행이 우선이니 흑염소 요리를 맛보는 일은 산행이 끝난 뒤로 잠시 미뤄두고 산행을 위해 관산리를 지나 산행들머리 아래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2월 26일자에 이어짐)
 

고금도와 조약도를 연결하는 약산대교는 지난 1999년에 개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