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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쁜 나라’를 보고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이수진 완도읍 주민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3.03 14:44
  • 수정 2016.03.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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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다. 대한민국 평균의 평범한 엄마다.

공부보단 인성이라 생각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좀 편하게 살려면 학벌도 스펙도 필요하단걸 알기에 아이에게 공부하라 잔소리 할 수밖에 없는 엄마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야함을 알지만 다른 아이 때문에 내 아이가 피해보는 건 싫은 엄마다. 그렇게 나는 내 아이가 우선이고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사는 평범한 엄마다.

당연히 정치는 딴 나라 얘기고 정치인은 딴 나라 사람이다. 뉴스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흥분하지만 돌아서면 곧 잊어버린다.

그래서, 2014년 4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슬퍼했고 분노했지만, 계속되는 우울함에, 내가 알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의문들에 지쳐 그렇게 세월호는 남의 얘기가 되어갔다.

‘나쁜 나라’는 단원고 부모님들이 행적을 따라간다. 단원고 부모님들에게 자랑스러웠던 내 나라가 어떻게 ‘나쁜 나라’가 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야당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을 졸속으로 합의하고는 말한다. ‘당신들이 모르는 우리들 사정이 있다고’ 여당대표는 유가족간담회에서 탄원하는 유가족에게 말한다. ‘예의 없게 내 말을 자르지 말라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민들은 여야 간의 속사정은 모른다. 내 새끼를 잃었는데 예의를 차릴 겨를이 없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속사정을 헤아리고 예의를 다해야 하는 건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그러라고 우리는 투표를 하고 세금을 낸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정치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국민을 섬기지 않을까?

세월호의 엄마아빠들도 평범한 엄마아빠였다.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평생에 한 번 갈일 없는 사람들이였다. 그런 그들을 투쟁가로 전사로 만든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엄마는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내게 세상을 알라고 아이가 준 마지막 선물일지 모른다고.’ 아빠는 말한다. ‘세상에 무관심했던 내 탓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대한민국 평범한 엄마다. 그래서 아이를 가슴에도 묻을 수 없는 그 비통함을 이해하지만 그들을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잊지 않는 것. 국민들이 세월호의 영혼들을, 세월호의 진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정부에 정치인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부터다.

다시는 내 아이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2014년 4월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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