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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대책 거의 없어

  • 강제윤 시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3.03 17:31
  • 수정 2016.03.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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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이후 출항 전 절차가 엄격해져서 신분증 미소지자는 매표, 승선이 불가함을 알립니다.”

여객선 선실에 붙여진 안내문이다. 신분증 소지와 안전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안전하지 못한 불량 선박을 타도 신분증만 소지하면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승객들의 안전은 더 나아졌을까? 여객선을 타고 전국의 섬과 바다를 오가는 것이 일상인 나그네의 판단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개선된 안전대책이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전후를 비교해 유일하게 체감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란 것은 여객선 표를 사고 배를 타는 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졌다는 사실뿐이다. 배 한번 타기위해서 거처야 하는 몇 차례의 신분증 검사. 이제는 배타는 것이 항공기 타는 것보다 더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신분증 소지 여부는 여객의 안전과는 거의 무관하다. 그건 사후 대책이지 사전 예방책이 아니다.

신분증 소지 여부는 사고로 실종됐거나 사망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지 사고를 막고 승객의 안전을 지켜 주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TF팀까지 꾸려서 야심차게 내놓은 최고의 안전 대책이란 게 신분증 미소지자 승선 불가란 정책이다. 아! 그저 탄식만 나올 뿐이다.

정부가 내놓은 안전대책에 따라 여객선 앞에서 신분증 검사만 열심히 하고 있는 해운 회사들은 여전히 섬사람들이나 여객선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지난 2월 18일 통영 한산면 죽도와 용초도 등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주민들은 기존에 다니던 여객선 ‘섬 누리호’를 대신해 새로 투입된 ‘바다랑호’의 승선을 거부하는 항의 시위를 했다. 새로 투입된 바다랑호는 1997년 건조되어 두미도 항로를 운항하다가 2015년에 퇴역한 노후 여객선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섬 노선에서 낡아서 은퇴한 배를 또 다른 섬 노선에 투입하겠다니 어느 섬사람들이 좋아하겠는가. 이건 완전히 섬사람들을 호구로 본 행패다. 이 것이말로 섬주민들에 대한 테러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운회사들이 승객의 안전은 우습게 본다는 증거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에서는 그저 신분증 소지만을 안전대책이라고 내놓고 책임을 다했다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닌가. 정부는 신분증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이익만 쫓으며 섬사람들의 생명을, 승객의 안전을 무시하는 해운 회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노후하고 낡은 여객선들을 퇴역시키고 안전한 여객선을 투입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마땅하다. <2월 28일 강제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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