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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갯길은 항일독립의 길완도의 힐링 길: 신지 명사갯길 ②
박남수 기자 | 승인 2016.03.09 22:14

물하태를 지나면서 명사갯길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길 아래 바닷가 민가에서 키우는 염소 일가족이 서로 다정하다. 조금 지나자 돌을 쌓아 만든 축대가 나온다. 옛날 누군가 집 짓고 살았을 것이지만 이제 풀만 무성하다. 군데군데 참나무 덕분에 여름이라면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갯길 바닥에는 껍질 벗어 붉은 참나무 열매가 가느다란 뿌리를 흙에 내렸다. 곧 봄이 되면 초록의 떡잎도 내밀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 발길에도 과연 살아남을까?

조금 더 가자 오른쪽 숲 사이로 완도항 방파제를 벗어난 블루나래가 점차 속도를 내면서 제주로 향했다. 참나무 낙엽이 쌓인 갯길은 푹신하다. 나무데크로 만든 넓은 쉼터에 벤치가 놓여 있다. 그 앞 가까운 바다에 작은 여도 보인다. 여 좌우로 해조류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멀리 완도타워, 잔개머리, 큰개머리가 한눈에 보인다.

잠시 후 시야가 확 트이더니 아래로 깍아지른 낭떠러지를 지난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안누리길’ 표지판이 ‘낙석주의’를 알려준다.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그 아래로 물이 흐른다. 한 모퉁이 작은 샘은 갯길의 유일한 약수터일 것 같다. 약수터 아래로 팬션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샘물을 끌어쓰기 위해 펜션이 설치한 시꺼먼 굵은 주름관이 좀 흉하다.

약수터 다음에 만나는 오르막길에서 딱 한번 호흡이 거칠어진다. 다 오르면 넓은 사거리다. 왼쪽으로 산동정, 오른쪽은 등대이고, 앞으로 곧장 가면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시간 내서 등대까지 꼭 가보라. 등대에서 보는 완도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사거리 한가운데 스무 살 정도 된 소나무의 밑둥이 반쯤 잘려 있는데 바람에 위태롭다. 누구의 심술일까.

이제부터 명사장으로 향한다. 1킬로미터 정도 흙길이 이어진다. 길 아래로 보이는 선창에 작업선 50척 정도가 서로 어깨 기대고 쉬고 있다. 명사장을 100여 미터 앞두고 좌우 소나무 가지들이 심하게 꺾이고 부러져 죽은 채 붙어 있다. 좋은 길은 좋은 사람들이 만들고, 좋은 길에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전국 해수욕장 중에서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3대 해수욕장에 들었다니 굳이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명사장은 지금 휴업 중이지만 텅 빈 해수욕장을 걷는 재미도 좋다. 혼자 걸어도, 여럿이 함께 걸어도 좋겠다. 오래 전 조선의 한 유배객(이세보)의 귀에는 모래조차 바람에 우는 듯 들렸나 보다.

강독에서 명사장 지나 울몰까지 10킬로미터 정도를 느리게 걸어 왔다(3시간 정도). 울몰에서 내동까지 5킬로미터 더 가도 된다.

울몰에서 버스터미널 가는 도중에 있는 신지항일운동기념공원에 반드시 가보길 권한다. 탑을 이룬 희고 검은 돌에 새겨진 역사의 기록에서 신지도가 여름철에 먹고 노는 단순한 피서지가 아니라 위대한 항쟁의 중심지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명사갯길은 항일독립의 길이기도 하다.

명사갯길은 신지 첫 마을 강독에서 출발해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지나 내동까지 가는 총 15킬로미터 정도 바닷길이다. 갯길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까지 해양수산부가 전국 바닷길 중 50여 개를 해안누리길로 선정했는데 신지 명사갯길은 18번째이고, 청산도 슬로길은 17번째다. /박남수 기자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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