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생일도에서 맞이한 발그레한 봄

가고 싶은 섬 답사 후기

  • 위지연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3.30 22:38
  • 수정 2016.04.04 13:0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지연(청산바다 대표)

고등학교부터 타지에서 생활하여 그동안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고향의 매력을 전복사업을 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배우고 있다.

뱃길이 닿지 않는 덕우도로 가는 중에 대절한 낚싯배의 낯선 선장님이 무서워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몰래 기도하며, 변화가 심한 바닷길에 숨도 못 쉬고 오가던 기억이 난다.

완도에서 노화도를 거쳐 다시 시작되는 넙도의 항로는 완도의 여느 곳보다 아름답다. 어부였던 우리의 조상들이 열어 놓은 이 뱃길을 먼 옛날 장보고 대사도 오가며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그 동안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아온 아름다운 내 고향은 내 짧은 언어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찬란함이 있다. 이런 내 고향을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에 완도신문사의 ‘가고 싶은 섬 답사’를 신청하게 되었다.

같은 곳을 여럿이 함께 가더라도 개인의 현재 상황이나 정서에 따라 여행자마다의 느낌은 많이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답사에 함께했던 스물다섯 분들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생일도 여행을 함께했던 훌륭한 분들의 도움으로 나의 욕심은 충분히 채워질 수 있었고 여행의 감동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초등학생 아이부터 건국대학교 교수님, 완도의 소찬휘로 불리는 황인숙 씨, 신진호 씨 부부, 그리고 청산바다 가족들도 제 각각 빛이 다른 봄 한 줌을 마음에 담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분들과 함께 했던 기쁨으로 내 마음도 풍선처럼 자꾸만 커진다.

생일도는 전남도의 ‘가보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어 중앙에 우뚝 솟은 백운산 주위와 해안 길에 금머리갯길 힐링산책로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완도에서 땟밤이라고 부르는 구실잣밤나무 군락지와 해안 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백은 푸르다 못해 검푸르러서 이곳이 얼마나 건강한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금머리갯길 힐링산책로를 정비하기 위해 무거운 나무를 등에 지고 산에 오르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기계를 이용해서 개발하기 어려운 지형 덕에 참으로 다행히 무리지어 핀 산자고와 별꽃, 형형색색의 아기제비꽃 등 막 피어난 봄꽃들이 수난을 당하지 않고 잘 보존되고 있었다. 앞으로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풀 한포기도 아프지 않도록 그리고 생일도를 더욱 향기롭게 빛낼 수 있도록 잘 아끼고 살피는 발걸음 되기를 빌어본다.

완도, 그 안의 오밀조밀 모여 있는 264개의 유무인도들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나는 완도(완도가 준 수산물)를 팔아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처럼 마음이 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생일도’여행을 하면서 이제 진정한 완도 사람이 될 자격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앞으로도 가고 싶은 섬 답사에 함께할 예정이다. 내 고향의 섬들을 여행하며 자세히 보고, 이해하고, 알고, 하나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