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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에 데친 채소와 고기를 한입에 쏘옥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맛집 기행 ⑱ 샤브랑 고기랑 샤브샤브

  • 봄이랑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3.31 14:03
  • 수정 2016.04.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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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꽃바람이 불어온다. 하얀 목련이 톡톡 팝콘 같은 꽃을 피우더니 진달래 개나리가 봄볕에 반짝인다. 어느새 벚나무 꽃봉오리도 한껏 부풀었다. 산과 들에 땅기운을 품은 봄나물이 돋아나고 살이 차오른 갯것들의 내음이 바다를 채우는 4월이다.

봄이- 요즘 부는 바람에선 꿀처럼 달콤한 향기가 나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마음이 설레는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봐요.

어르신- 며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젠 많이 따듯해졌구나. 뒷산에 올라 꽃구경도 하고 엉겅퀴 새순이랑 달래나 쑥을 캐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봄이- 새순으로 된장국 끓이고 구운 김에 달래 양념장 올려 먹고 싶어요. 언젠가 수덕사로 꽃구경 가서 먹었던 산채정식도 생각나요. 겨우내 잠자던 미각을 깨우던 봄나물의 향과 맛이 떠올라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어르신- 봄엔 먹을거리가 지천이라 더 좋은 계절이지. 봄나물도 좋지만 오늘은 샤브랑 고기랑 식당에 가서 싱싱한 야채와 얇게 저민 고기를 뜨거운 육수에 데쳐 먹어보자꾸나.

봄이- 제가 샤브샤브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빨리 가요.

어르신- 칼국수와 볶음밥이 포함된 샤브샤브 정식 메뉴가 1인분에 만이천원이고 소고기와 오리고기 중 선택할 수 있구나. 버섯을 제외한 야채는 무한 리필이라네.

봄이- 점심특선 샤브샤브는 공깃밥 포함해서 1인분에 7천원이래요. 이 가격이면 백반보다 저렴한 것 같아요. 메뉴에 삼겹살과 오리탕도 있네요.

어르신- 소고기와 오리고기 반반씩 주문했단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는데 뭐 먼저 넣을까?

봄이- 육수에 버섯과 배추를 먼저 넣고 숙주는 먹기 직전에 넣어야 향이 살아요. 생 숙주가 비릴 것 같지만 아삭아삭 맛있더라고요. 야채를 따로 먹기 힘들었는데 월남 쌈처럼 야채가 듬뿍 들어간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이곳에 와야겠어요.

어르신- 그러자꾸나. 나는 지금까지 샤브샤브가 징기스칸이 전쟁 중 투구에 야채와 양고기를 익혀 먹던 야전용 요리라고 알고 있었는데 일본음식이라지 뭐니.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개발한 음식인데 일본어로 가볍게 살짝 헹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가 샤브샤브라고 하더라. 육수가 끓으니 칼국수도 함께 넣어 익히자꾸나. 고기도 양념장에 찍어 먹어봐라.

봄이-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태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라는 말도 있고 중국에도 샤브샤브와 비슷한 훠쿼라는 음식이 있는 걸 보면 음식이 전해질 때 나라마다 재료와 만드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원조가 어디든 이렇게 끓는 물에 데쳐 먹으니 구워먹을 때처럼 몸에 고기 냄새도 안 배고 야채를 듬뿍 먹을 수 있으니 좋아요. 샤브샤브가 간을 안 하는 음식이지만 우리는 한국식으로 양념장에 액젓 좀 넣으면 어떨까요?

어르신- 양념장에 액젓을 넣으니 더 좋구나. 맛이 깊어졌어. 칼국수도 알맞게 익었는데 먹으렴. 고기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고 살짝 익힌 숙주의 아삭한 식감과 향이 살아있어 좋구나.

봄이- 각종 버섯은 쫄깃하고 느끼할 것 같던 오리고기도 담백하네요. 소고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그 수북하던 야채와 고기를 다 먹고 칼국수까지 먹었더니 볶음밥은 안 먹어도 되겠어요.

어르신- 아유, 볶음밥이 백미인데 무슨 소리야. 김, 깻잎, 나물, 채김치를 넣고 볶았는데 맛이라도 봐야지.

봄이- 더 이상 못 먹을 것 같았는데 볶음밥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수저가 자동으로 움직인다니까요. 다음 달에도 맛있는 음식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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