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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선거, 무엇이 문제였나?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4.14 15:11
  • 수정 2016.04.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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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번 선거는 여러 모로 희한한 선거였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을 통한 국회 1당으로 등극, 국민의당의 호남 지역 ‘거짐’ 석권 쯤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애초에 야당 간 분열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어 과반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철퇴를 가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또 제1야당의 주적은 무능한 여당이 아니라 자기로부터 세포분열로 만들어진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이었다. 시종일관 그랬다. 온갖 비방과 험담은 대부분 야당 간의 갈등과 충돌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여당이 국민의당을 응원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너와는 도저히 한 세상에서 공존할 수 없다는 투로 서로 헐뜯고 싸웠다. 그래서 둘 다 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둘 다 살아 활짝 웃었다. 이 또한 희한한 일로 결국 간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낳았다.

찻잔 속 태풍 정도로 여겼던 국민의당 녹색돌풍은 대단했다. 호남에서 여당이 됐고 정당 전국 지지율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이 또한 희한한 일이다. 그 돌풍은 땅끝과 완도, 진도에까지 불어 닥쳤다.

그 희한한 녹색돌풍은 정치 신인으로 하여금 현역 국회의원의 3선 가도를 멈추게 만들었다. 국회 상임위원장과 원내대표 등 큰 일꾼으로 지역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꿈도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실패의 원인이 꼭 녹색바람 때문이었을까?

의정활동에 관한 한 누구보다 성실하고 깨끗하다는 자타의 평에도 불구하고 대민 접촉에 있어 폐쇄성과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만의 대표에 그쳤다는 말이다. 크고 많은 업적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저 먼 손님일 뿐 한집 식구는 되지 못한 셈이다.

또한 해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 동안 자치단체장 비리와 공천의 책임을 제기해 왔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기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무시해 온 것도 해남 지역 여론의 악화의 원인이었을 거라는 어느 단체 대표의 말에도 수긍이 간다.

결국 정치의 문제로 귀결된다. 행정 관료 출신이어도 당선 이후부터는 철저히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불완전탈피 꼴이다.

결국 희소성 ‘재화의 분배’라는 정치에서 실패한 채 더 큰 권력에 도전하기 위한 시장에서 소비자(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좌절했다.

오늘의 녹색 바람도 오래 가지는 않는다. 비록 승자라고 해도 정치의 기본을 따르지 않고 자민하거나 불손하다면 그 위임된 권력의 수명도 결코 길지 못할 것이다. 바람의 속성은 무상하리만큼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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