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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는 나침판도 무력화시킨다"완도의 산들: 청산도 대봉산~보적산 ①
이승창 | 승인 2016.05.26 02:34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보적산

완도군은 군 소재지가 있는 완도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섬들이 나뉘어져 있는데, 유독 청산도는 남쪽으로 약 19㎞ 거리에 홀로 떨어져 있다. 청산도로 가는 뱃길은 호수처럼 잔잔한 내만에 있는 다른 섬들과는 달리 태평양으로 향하는 큰 바다의 길목에 떠있어 몰려오는 폭풍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섬의 유래를 보면 한때 신선들이 살았다는 뜻으로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불렸다. 신라시대부터 많은 주민이 살았다는 것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추측되나 구전에 의한 것이며 관련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고려 때는 탐진현(현 강진군)에 속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으로 외적의 침입이 빈번하자 조정에서 도서금주령을 내려 한때 사람이 살지 않았으나 선조 41년(1608년)부터 다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숙종 7년(1681년)에 수군만호진이 설치된 이후부터는 서남해안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했고, 고종 3년(1866년)에는 당리에 독진을 설치하여 왜구 침입을 방어했다.

고종 33년(1896년) 완도군 설군으로 완도군에 속하는 청산면이 되었다. 빼어난 자연 경관이 오랫동안 원형이 훼손되지 않고 있어 섬 전체가 1981년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둥근 소라를 닮은 본섬인 청산도에는 면 소재지인 도청리 등 20개의 마을이 흩어져 있다. 부속섬인 대모도에 모도출장소가 설치되어 3개 마을을 관리하고 있으며, 본섬에서 직선거리로 약 25㎞ 남쪽에 여서도가 외롭게 떠있는 등 24개의 마을이 청산면을 이루어 현재는 2천 3백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일제시대였던 1930년대부터 6월부터 8월까지 고등어 파시가 열려 섬이 불야성을 이뤘지만, 1960년대 중반 들어 고등어가 고갈되면서 파시가 막을 내렸다. 이후 삼치가 많이 잡혀 일본으로 수출할 정도로 좋은 시절이 있었지만 1980년대 중반에 삼치도 수출길이 막히면서 수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주요 산업을 보면 농업은 주민들의 주업으로 대부분의 마을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고, 앞바다에서는 미역을 양식하며, 근해에는 삼치?고등어 어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는 전복양식도 시작했다.

섬은 인근 바다에서 생선이 많이 잡힐 때와 적게 잡힐 때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은 널뛰기를 거듭했었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와 KBS 드라마 ‘봄의 왈츠’ 등이 촬영되어 외부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었다.

지난 시절 부침을 거듭하다가 요즘은 느리게 사는 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어 매년 수 십 만 명의 외지 관광객들로 섬 전체가 북적이고 있다. 푸른 바다 ? 푸른 산 ? 구들장논 ? 돌담 ? 해녀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져 2007년에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느리게 걸을수록 더욱 아름다운 슬로길과 자랑스런 농업유산인 구들장논 및 독특한 장례풍습인 초분 등이 잘 어우러져 한국관광공사와 CNN이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고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 섬이기도 하다.

섬의 북쪽에는 대봉산(大鳳山, 379m) ? 대성산(340m) ? 대선산(343m) ? 고성산(310m) 등 비슷한 높이 산들이 줄지어 있고, 섬의 간선도로인 군도의 남쪽에는 보적산(寶積山, 335m)과 최고봉인 매봉산(388m)이 있다. 보적산 건너편 바닷가에 있는 ‘범바위’는 나침판도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자기장이 뿜어져 나와 기(氣)가 모여지는 곳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찻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주민들이 마을과 마을을 오갈 때 이용했던 동네안길 ? 산길과 갯길을 새롭게 정비하여 11개 구간 42.195㎞가 슬로길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이 길은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방로’로, 2011년에는 국제슬로시티연맹에서 세계슬로길 1호로 지정되었다.

이번 산행은 몇 개의 산길 중 섬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을 걷기로 했다. 이 코스는 일반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길은 아니어서 호젓한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또한 비슷한 높이의 여러 봉우리들을 넘으면서 섬의 이곳저곳 아름다운 풍광을 다른 시선으로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보적산에서 내려다 본 화랑포 해안

이승창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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