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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길에서 우리 사랑은

청산도 슬로길 2코스: 사랑길

  • 김미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5.26 02:37
  • 수정 2016.05.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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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슬로길 중 2코스 사랑길은 당리에서 구장리를 잇는 해안 절벽길로 길이는 2.1km, 약 48분이 소요되는 비교적 짧은 길이다.

길이 험해 남녀가 같이 가면 손을 잡아주고 서로에게 의지하여 걷게 되니 그 추억이 연애의 바탕이 된다고 하여 지어졌다고는 하는데 사실 옛날 청산도의 불타는 청춘들은 섬 안에서 조심스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연애 바탕길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밀 조밀 모여 살았던 그때 그 시절 청산도에서도 사랑에 설레고 사랑에 가슴 아파했을 청춘 남녀를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사랑길 입구 우측으로는 바다로 갈 수 있는 나무 계단이 있어 따라 내려가면 펼쳐져 있는 넓은 돌밭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저 바다만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곳이 있고 왼쪽으로는 초분과 초분 체험장이 있다.

청산에서는 사람이 죽게 되면 바로 땅에 묻지 않고 땅바닥에 돌멩이를 낮게 쌓아 만든 덕대 위에 멍석으로 감싼 관을 놓은 뒤 생솔가지를 얹고 짚이나 풀 등을 엮어 그 위에서 덮어 무덤을 만들어 3~5년 동안 관리한 후 본장을 치루는 이중 장제를 초분이라 하는데 지금도 초분을 하는 집도 있다.

뭍에 사는 요즘사람들은 초분을 보며 무섭다고도 하고 비위생적이라며 왠지 꺼리는 표정(나도 처음엔 그랬다)을 짓곤 하지만 사실 초분은 그 의미를 조금만 이해해도 청산도 주민들의 마음을 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다.

과거에는 어장을 나간 상주가 돌아 올 때까지 시신을 임시매장 형태로 남겨 두어야 했던 생활적인 이유나 정월에는 땅을 파면 안 된다는 마을의 규약 등 여러 가지 미신으로 인해 초분을 했다지만 지금은 그 모든 이유가 적용이 되지 않는데도 초분을 하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서 만든 몸을 본래의 자연에 되돌려 주고, 남은 뼈만 수습하여 본장을 치루는 방식에서 자연의 순환법칙에 순응하는, 오히려 더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바로 청산도 어르신들이라 이해하면 어떨까.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3~5년의 시간동안 돌아가신 분을 바로 보내지 못하는 애틋한 마음과 정갈하지 못한 몸으로 자연의 품으로 조상의 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죽은 이의 마음이 바로 초분이고 효의 문화라고 이해한다면 좋겠다.

청산도의 초분에는 서양에서의 사랑, 즉 LOVE 로는 도저히 풀어 낼 수 없는 정(情)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보다 깊은 정을 새기며 사랑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호젓함과 쾌적함이 내 몸을 감싸는 게 느껴질 터, 불어오는 해풍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신선한 공기가 감싸는 숲길은 마치 사랑에 막 빠진 듯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랑길의 연애바위에 설치된 울타리에는 사랑의 서약을 써도 좋고 가족의 건강을 빌어도 좋은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걸을 수 있게 나무 엽서를 비치해 놓았다.

그리고 500원짜리 동전만 준비 한다면 하트 통 안에 소원을 빌어 넣을 수 있는 조형물 도 있으니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내 사랑의 영원함을 빌고 싶었던 시절을 추억하며 경험해 보는 것도 낯선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다.

사랑길을 걸으면서 진중함속에서 당신과 나 조금씩은 가볍고 유치해져도 더 사랑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가기에도 너무나도 아깝고 부족한 시간이다. 많이 사랑하자. 그만큼 우리 사랑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