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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맺은 소중한 인연

완도를 이끄는 사람들: 고순아

  • 위대한 기자 zunjo@naver.com
  • 입력 2016.06.16 00:13
  • 수정 2016.06.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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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이랑’ 도예공방은 동망산 뒤쪽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잘 꾸며진 전원주택과 함께 있다.

넓은 마당 곳곳에 도자기들이 즐비하다. 기자가 들어 서자 공방 안은 도라지꽃과 분홍빛 접시꽃이 반긴다.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게 빛을 발하는 생활도자기들이 인사를 건넨다.

공방 모퉁이에 있는 스머프 집처럼 생긴 촛대와 고무신처럼 보이는 도자기에 기자가 관심을 보이자. 물레를 돌리고 있던 주인장 고순아(44) 씨가 말을 건넨다.

"고무신이 아니라 어릴 적 구두를 신어보는 게 소원이어서 흙으로 만들어 봤어요." 구두를 여러 켤레 가져보고 싶던 어릴적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흙이랑’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고 씨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지역의 도예가다. 고 씨는 2006년 도토리공방의 강사이자 집을 빚는 도예가로 잘 알려진 김문호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했다. 고 씨의 재능을 알아본 김 선생이 전문적으로 도예를 배워 볼 것을 권유 했다고 한다.

고 씨는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연구해 도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며 재능을 키워 왔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강진 전국 청자공모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의 공방에서 주로 생활도자기를 만들며 도예공부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만든 도자기를 잘 사용해야 한다. 내 손으로 만든 도자기들이 가족을 위한 상차림으로 쓰인다면 정말 가치 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물건이든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고 씨는 수년간 완도군보건의료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도예강사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그녀에게 도예를 배운 제자들이 그 일을 같이 하고 있다. 군립도서관과 장애인 복지관에서 도자기를 지도하고 있는 그녀는 얼마 전 한 수강생이 70평생 처음 만들어본 도자기(접시)를 가슴에 안고 행복해하며 “집에 가져가면 아내가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말에 큰 보람과 감동을 느꼈단다.

도자기는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처음엔 그냥 흙덩이에 불과하지만 물레를 돌려 원하는 모양으로 기물의 형태를 만들고 나무칼로 다듬어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잘 마른 기물의 굽을 부드럽게 깎아준 후 800도가 넘는 가마에서 8시간 넘게 굽는다. 또 굽는 과정을 마친 후 기물의 열을 식히는데는 꼬박 이틀이 걸린다. 이렇게 초벌구이가 끝나면 유약을 바르고 1250도에서 10시간 이상 재벌구이를 거친다. 흙덩어리가 사람의 손을 통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탄생한 작품들은 공방과 매월 네 번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장보고웃장에 전시되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기게 된다.

그녀는 흙과 인연을 맺은 이후부터 단 하루도 손에서 흙을 놓은 적이 없다. 도예를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흙과 함께 했기 때문이란다.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도자기의 고향이라 불리는 중국의 경덕진에서 도예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며 “우리지역에도 도예를 좋아하고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든 마음 편히 흙을 만지며 활동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이 고 씨와 함께 꾸준하게 도예를 접할 기회를 갖고 흙이 주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길 기대한다.  /위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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