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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판타지아

전문가 칼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8.19 14:22
  • 수정 2016.08.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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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자(보길도 비파원 원장)

올 여름, 유난한 폭염 속에 민박장사를 하면서 자칭타칭 뻔뻔녀가 됐다. 친구들은 나더러 강심장녀라고 한다. 전체 방 다섯 개중 3개에 에어컨이 없기 때문이다. 말은 “흙집에 돌 벽이기 때문에 그다지 덥지 않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게 중엔 숙박을 하려고 했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예약을 했다가 반환을 받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내 말을 믿고 하룻밤 유숙해준 70%정도의 숙박객에게 미안하지만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잤다”는 사람도 있어서 이 에어콘없는 컨셉을 당분간은 이어갈 생각이다.

민박팬션에 에어컨을 못 다는 것은 다분히 전기료 때문이다. 산업용도 아니고 일반가정용으로 분류된 전기누진료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이 같은 이유로 어렵고 혹독하게 이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일까. 우리고장 출신 여당대표가 대통령의 신임을 이용해 전기누진료를 몇 달 찔끔 내려줄 계획이란다. 참 고맙기도 하시지! Kg당 1백만 원이 넘는 송로버섯을 먹으면서 누진료위헌 국민청원이 받아들여지기 전에 당근 하나를 냉큼 던져주는 그들의 처사가 참으로 얄밉고 괘씸하기 그지없다. 내 평생 올리지 않아본 거친 욕이 저절로 나오려고 한다.

400년 전 고산이 그러했던 것처럼, 동천석실 희황교를 건너며 귀와 입을 닦고 요순시대나 그리워해볼까? 고산이 살았던 그 시절도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재력은 있었지만 정치적 불운속에서 요와 순같은 성군(聖君)이 그리웠을 것이다. 공자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서경(書經) 편찬할 때, 많은 전설의 임금들을 다 빼버리고 제일 첫머리에 제요를 두었고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천하를 전하고 순임금이 우(禹)에게 게 천하를 전해 준 것만을 크게 취급하였다. 그만큼 요순시대는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상향, 정치적 갈등과 고통도 없었던 가장 황홀한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요순시대에는 한마디로 백성들의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로워 심지어는 군주의 존재까지도 잊고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는 세상이었고, 정치는 가장 이상적인 ‘선양’이라는 정권 이양방식으로 절대 다툼이 없었다. 선양은 당시 가장 도덕을 갖춘 사람을 임금으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후대의 혈연에 따라 왕위를 물리던 세습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동양의 유토피아, 머나먼 옛날의 아름다운 세계, 요즘말로 넬라판타지아의 세계다.

우선 요임금은 임금이 되었어도 아주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였다고 한다. <한비자>에 의하면 그는 겨울에는 사슴가죽옷을 여름에는 삼베옷을 입었고, 집은 띠풀과 통나무로 지었으며, 식사는 거친 푸성귀 국으로 만족했다고 전한다. 패셔니스트제왕이 아니었다. 검소함은 기본이요 요임금의 성군으로서의 자질은 덕행에 있었다. 나라의 모든 책임을 자기의 탓으로 돌려 더욱 열심히 일했고 악전이라는 신선이 요임금을 염려하여 선물한 잣을 먹을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일했다고 한다. 또한 그를 보좌했던 신하들도 각자 맡은 일에서 최고의 역할을 발휘하였으니 그야말로 나라 살림을 위한 최고의 드림팀이 요임금 때 짜였던 것이다. 한때 혹독한 가뭄과 20여 년의 홍수로 생존에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요의 훌륭한 덕성과 명신들의 노력으로 이 모든 난관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마침내는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성군(聖君)의 한자를 풀어보면 ‘잘 듣고 잘 말하는 왕’이라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요순시대를 이상향처럼 그리워하는 이유는 요·순임금에게 볼 수 있는 소통에 능했던 성군의 자질 때문일 것이다. 좋은 지도자란 어떤 사람이며, 리더십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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