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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고 바람이 되고 바람 같은 이야기가 될...

세상을 만드는 손

  • 윤희성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9.02 11:08
  • 수정 2016.09.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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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고 바람이 되고 바람 같은 이야기가 될...

도시의 매연이 그리웠다...

어떻게든 떠나고 싶을 법도 한 이십 대 후반, 그는 외려 서울서 살다가 돌아왔다.
완도에서 태어났지만 완도를 떠난 게 예닐곱 무렵이라 실상 어린 시절의 기억은 없을 텐데도 그는 아직, 또렷하게 기억하는 게 있었다.

노두리 중학교에서부터 읍내까지 한 살배기 막둥이를 업고 뛰었던 기억. 대체 왜 뛰었는지, 얼마나 뛰었는지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그러고 보니 평생의 반려도 뛰다가 만났단다. 직장 대항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선수로 뛰던 그녀를 보고 심장이 뛰었다는 그, 윤희성 씨(사진).

마포 재래시장에서 해물 장사를 하게 된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떠나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이십 대 후반까지 살았으면 서울이 고향인 듯도 하련만. 어떻게 고향에 내려올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 물으니 그 이유가 부모님 때문이었단다. 서울살이 하다 먼저 고향에 내려오신 부모님께서 자식을 곁에 두고 살고 싶어 하시니 그 뜻을 따라 내려왔다는데, 요즘 이렇게 부모 마음 헤아려 그 뜻에 따라주는 자식이 있다니!

바다보다 시퍼런 나이 스물 아홉. 고향으로 내려와서 처음 1, 2년은 힘들었다. 도시에 살면서 한 번씩 내려오는 바다랑, 늘 살아야 하는 바다는 천지 차이.

잠깐은 좋았지만 이내 심심하고 외로워져 도시의 매연이 그리울 지경이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다시 도시에서 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해서 말하는 희성 씨.

바람이 되고 싶은 날, 한없이 가벼워져 떠나고 싶고 구름이 되고 싶은 날, 투명한 욕심에 매달리고 싶은 삶.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이 아닌 온몸으로 살갑게 느끼고 싶은 날, 끝없이 흐르고 싶은 날에 이곳에서 바다가 되고 바람이 되고 바람 같은 이야기가 될 그는, 폭염이 끝났다는 오늘도 뜨거운 세상 한 모퉁이에 땀방울을 보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