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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파도 물결치는 가을 청산청산도 슬로길 6코스
김미경 | 승인 2016.09.30 11:45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불과 몇주전만 해도 가을이 올 것 같지 않게 덥더니  어느새 주위는 가을로 채워지고 있다.
청산도 6코스는 청계리 중천들샘- 다랑치(다랭이)길-신풍리마을회관-부흥리숭모사-양지리구들장논체험장-느린섬여행학교입구-배롱나무뚝방길-원동리마을회관-상서돌담마을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걸었다면 6코스는 청산도 어르신들의 삶을 만나며 걷는 길이 될 것이다.

이제 사람의 길이 시작된다.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청산도 에서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고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풍경이 되는 곳으로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6코스 길에서 만나는 것 들이다. 이 길에서는 독특한 논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구들장논과 다랭이논이다.

다랭이논은 계단식논을 말하는데 다랑이, 다랑치, 무논, 개논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청산도의 구들장논은 다랭이논과 유사한 분포위치나 형태를 보여 논의 외형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내부구조를 보면 확연이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6코스에서 만나는 들의 풍경은 육지 사람들에게는 손바닥 만 한 정도로만 비쳐지는 길고 좁다란 다랭이논 이겠지만 청산도 에서는 가장 넓은 들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가 물었다. “청산도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세요” 라고. 질문은 간단했지만 대답은 참으로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청산도 어르신들이 만들어 낸 독특한 문화를 안다면 그가 던진 질문에 원하는 근사치의 답을 줄 거라는 확신으로 구들장논에 담겨있는 조상님들의 지혜와 농경문화를 떠올렸었다.

길 곳곳에는 온통 다랭이 논과 밭 천지다. 그리고 청산도를 대표하는 구들장논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구들장논은 청산도의 전통농경문화를 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으로 꼽힌다. 2013년도에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로 지정이 됐고 2014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주관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옛부터 청산도는 경사가 심한 지형과 돌이 많아 물 빠짐이 심한 사질 토양이 발달한 곳으로 논농사에 필요한 물이 부족하였는데 이러한 불리한 조건에서 더 많은 쌀을 생산해내기 위해 자연환경을 재배치하여 만든 인공적인 논이 바로 구들장논이다.

16~17세기 무렵 청산도에 정착한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전세계에서 청산도에서만 발견되어 보존 가치가 큰 유산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크고 작은 돌들로 하부석축을 구성하고 자갈층에 통수로를 깔고 그위에 널찍한 판석 형태의 돌(구들)을 깔아 통수로를 조성하고 물빠짐을 방지하기 위한 진흙을 덮은 후 얕게 작물들이 생육할 수 있는 양질의 표토를 채워 다지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돌이 많고 흙과 물이 부족한 섬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청산도 사람들이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견뎌낸 극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땅문제를 극복한 지혜와 부족한 물 역시 반복적으로 잡아 나누어 쓰는 지혜로 만들어진 다랭이논과 구들장논길을 걸으며 부족함이 없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감히 그 시절 농사꾼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6코스에서는 들녘의 아름다운 풍경 과 그 속에 가득찬 팍팍하고 고되지만 눈물겹도록 감사한 어르신들의 숨결까지도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팍팍한 노동으로만 이루어진 삶은 아니었다. 우리 조상님들은 ‘청산도 에서는 똥지게를 지고 가는 농군도 시 한수는 읊을 줄 안다’, ‘청산가서 글자랑 하지마라’ 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도 많았다. 귤은 김유 선생의 높은 학문과 선비정신을 기리는 부흥리 숭모사로부터 이런 말 들이 나왔는데 구들장논이 만들어진 과정이나 그 속의 협동문화, 물을 관리하는 협동조직들의 형태는 이러한 배움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나만의 추론일까.

‘가을’ 이란 말은 본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추수’를 뜻하던 가을이 세월이 흐르면서 추수를 하는 계절로 바뀌었다고 한다.  조상들이 만들어낸 구들장논 위에서 후손들이 그들로부터 물려받은 지혜와 부지런함으로 곡식을 거둬들이는 풍경으로 6코스가 가득 채워지고 있다.

 높은 하늘위로 잠자리가 맴돌고 푸른 바다와 산을 지나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걷는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가을이다.  지난여름을 생각해 보면  뜨거웠던 무더위에 지치고 지쳤던 게 어찌 사람뿐이었을까? 들녘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도 여름을 견디며 안으로 안으로 알 곡을 채워냈고 이제 그 곳에서 황금빛 파도를 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미경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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