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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말하다]네 고향집 마당은 바다였다

김인석 시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0.21 11:38
  • 수정 2016.10.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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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 시인

썰물이 쓸고 간 마당에서
어머니는 톳이며 꿀이며 참몰이며
캐고 뜯어다 무치고 볶아
미치도록 술을 사랑했던 아버지 안주를 받들고
옆 섬 꼭대기를 오르내리신다

아버지는 높은 곳에서
행복한 술마당을 내려보시곤 절로 미소 띄우고

격랑에 백파가 신이 난 날에는
마루에 소금꽃이 피곤 한다던 네 고향 집
니 고향 집은 마당이 바다였다

한마당 앞 섬 푸근한 천동이는
무슨 급한 일로
물빛 다른 황천강을 건넜다던가
복사꽃 누이는 왜 또 어쩌자고 박하분이 되었던가

얼크러 설크러 빈집의
자차분한 사연들이 바닷물에 밀려와
너의 그 서럼뿐인 목울대를 꾸역꾸역 메우는
텃밭 같은 니 고향 집
네 고향 집은 마당이 바다였다 

-최인순, 「네 고향집 마당은 바다였다」 전문
 


시 제목이 많은 것을 함유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정서적 충격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겠다. 마당이 바다였다니, 세계를 바라보는 이 하나만으로도 발상이 아주 독창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살아가면서 매번 신비스럽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의 소재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시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이채롭거나 생경한 느낌을 가지는 소재를 찾아내야 하는데, 이 시인은 독특한 발상을 통해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이 아니고서는 어찌 마당을 바다로 인식하겠는가. ‘바닷물이 빠진 마당에서 어머니는 톳이며 꿀이며 참몰을 캐어서 무치고 볶아서 아버지 술 안주를 만드시는’ 그 풍경은 바닷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 시인은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네 시골 바닷가 의 아름다운 정서를 잘 버무려 나타내고 있다.

또한 화자를 통해서 격랑이 이는 날에는 네 고향집 앞마당에는 소금꽃이 피곤 한다던,으로 시적 진술을 하고 있다. 과거형 ‘던’으로 어미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지인과 함께 그곳에 가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가 아니면 누군가를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를 시의 씨앗으로 가져다 이렇게 풍성한 시의 밥상을 차려놓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훌륭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당 앞 섬 푸근한 천동이는/무슨 급한 일로/물빛 다른 황천강을 건넜다던가/복사꽃 누이는 왜 또 어쩌자고 박하분이 되었던가”에서 ‘천동’이는 그 무엇을 상징한다. 그 상징은 화자가 말하는 작품 속에서 어머니의 안타까운 죽음을 의미하고 있다. 아마 젊은 날에 떠나버린 한 어머니를 문학적 장치를 통해서 ‘천동’이라는 포근하고 따뜻한 고유명사인 낯익은 지명으로 표현했다.

그것은 일찍 돌아가신 누군가의 한 어머니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복사꽃 닮은 누군가는 박하분이 되었다고 하는데, 박하분은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향’ 서러운 ‘분내’를 내뿜어주고 그만 제 생을 마감한다. 아마 누이동생 같은,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그 누군가를 박하분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네 고향집 마당은 바다였다」를 다시 읽으며 “너의 그 서럼뿐인 목울대를 꾸역꾸역 메우는/텃밭 같은 니 고향 집” 그 고향집 마음을 다시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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