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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춘 씨 "이제는 촘촘한 그물로"한정화 기자의 세상의 만드는 손
한정화 기자 | 승인 2016.10.21 13:19

처음엔 질펀히 앉아 쉬고 있는 줄 알았다. 시월의 오후, 바람을 쐬며 해변로를 걷다가 만난 사람. 쉬는 게 아니었다. 바닥에 철푸덕 앉아 그물을 짜고 있었다.

그렇다고 불친절은 아니게 그물의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대꾸해주는 남자. 하루벌이 10만원. 한달 20일 정도는 조개 잡으러 나가고 바다에 안 나가는 날이면 그물을 만든다. 스물 일곱 살부터 그물을 만들었다는 조기춘 씨(사진).

젊었을 때는 세 시간이면 뚝딱 만들었는데, 이제는 힘에 부쳐 하루 종일 걸린다고 한다. 그물 짜는 일이 보기에는 쉬울지 몰라도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니어서 이 나이에 이 일 하는 사람은 없다고. 그래도 하루도 안 쉬고 맨날 일한다. 오늘도 일하고 내일도 일하고 모레도 일하고…. 볼 때마다 일만 하니 “넘들은 다 내가 부잔 줄 알어. 그럼 나는 아들들 있응께 부자지” 한단다.

지금 60대 중반이라니 그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그물을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그 그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다에서 퍼 올렸을까. 그렇게 쉬지 않고 일만 했으면 모은 돈도 제법이겠건만 도통 모으지를 않았단다. 참말 희한하게도 젊었을 때부터 묘한 셈법으로 살았다는데 하루 20만원을 벌든 30만원을 벌든 번 돈의 삼분의 일은 써버리는 셈법.

“그런 희한한 계산을 허고 술 먹는 놈은 나밖에 없어.” 나머지 삼분의 이로 어찌어찌 살아지지 않겠나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쓸수록 더 써지고 벌수록 더 쓰게 되니 마나님이 속 깨나 썩었을 듯. 다행히 약 먹는 건 따로 없을 만큼 건강한 편이란다. 이제는 아파도 참고 일해야하지 않겠냐는 기춘 씨. 이제부터 그의 그물은 좀더 촘촘해지기를. 건강도 돈도 새나가지 않게, 식구들끼리 아끼고 다독거리는 마음도 여간해서는 새어 나가지 않게!
 

한정화 기자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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