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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젤로 사랑스러운 거, 바루 우래기!

[리더스칼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1.04 13:15
  • 수정 2016.11.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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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서 / 완도출신, 미국 거주

가을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은 티없이 맑은 눈으로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듯 합니다.
물을 받아 잔디밭에 노천탕(露天湯)을 만드니, 지나가던 햇살이 까르르 다가와 먼저 발을 담그네요. 나는 나의 친구들을 불러 모았지요. 불평 한 마디 없이 나를 아껴주었고, 헌신 해 준 신발들을 말이죠! 오늘, 나는 그들에게 구석구석 마사지와 안마를 해 주고, 나를 사랑해 준 만큼 전신목욕을 시켜주려고 해요! 신발들, 더럽혀진 나의 운동화를 바라보면, 안개가 짙게 깔린 바닷가의 잿빛 벼랑들이 느껴져 옵니다.
나는 이 신발을 신고 암 병동, 막다른 그곳에서 분주하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지요.
 "살아줘! 제발 살아야 해!"
거친 호흡의 끝, 당신의 마지막 박동소리가 희미해져 갈 때에 당신의 영혼은 해무가 자욱한 해안선을 따라 가벼워진 영혼으로 햇살을 머금어 가는 걸까요?
"엄마가 젤로 사랑스러운 거?"  "바루 우래기... , 우래기 맞제 잉~ "
엄마는 늘 무언의 눈빛으로 그렇게 이야기 하셨어요. 아... 그래서, 그랬었나 봅니다. 자식들을 보살펴 주시려고, 자신의 몸은 돌아볼 겨를도 없었나 봅니다. 어제도 나는 우리엄마 이야기를 내 환자에게 들려주었어요. 나보다 스무 살이나 작은 커리어 우먼, 그녀는 예기치 못한 백혈병에 걸렸고, 항암치료를 위해 저희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요. 아... 그런데, 어떡하죠? 그녀의 외동딸은 이제 겨우 일곱 살 이래요!
그녀가 말했어요
"내 상황을 불평하지 않기로 했어요!"
"원망하고 두려워 하는 만큼, 나에게 주어진 삶을 낭비하는 거니까요!"
"모든 사람은 다 죽잖아요!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더 많이 사랑하며 오늘 행복할래요!"
 그녀에게 밀려오던 슬픈 폭풍우 같았던 상황들이, 그녀의 그 말 한 마디에 생명을 얻어 맑고 화사하게 다시 피어나고 있었어요.
"그래..., 넌 꼭 해 낼거야! 아암~ 꼭 질병을 이겨내고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거야!"
나는 깨끗이 씻어 뽀송하게 말린 신발을 신고, 나를 부르는 그들 곁에 바람보다 먼저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내 손길로 인해 평안함을 얻는다면, 내 몸을 아끼지 않고 섬기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의 가을을 물들이고 싶어요.
 소녀시절에 완도를 횡단하기위해, 자전거를 타고 동부와 서부길을 돌았던 추억이 아스라이 떠 오르네요.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하늘거렸고 멀리에는 상황봉이 바라다 보이던, 그 길을 힘겹게 완주하면서 가슴은 쉴새없이 두근거렸지요.
아... 저는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요!
나에게 주어진 작은 기쁨에 감사하며, 오늘 비추인 한 조각 햇살에 가슴 설레며 그렇게 걸어 갈래요! 어디선가 구르몽의 시가 들려오는 듯 하네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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