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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전문가 칼럼
박준영/변호사 | 승인 2016.11.11 11:07
박준영/변호사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 1위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한 변호사의 멋진 활약을 담은 소설입니다. 여기 나오는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핀치 변호사는 어느 날,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백인 여성은 사실 톰을 유혹하려다 실패했고, 그 장면을 본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폭행당했습니다. 그러나 흑인에게 강간 폭행당했다는 백인 여성의 주장 앞에, 억울하다는 흑인 남성의 주장은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여성과 그 아버지는 법정에서 뻔뻔한 증언을 계속합니다. 이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로 핀치 변호사는 지역사회에서 왕따를 당하지요. 그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핀치 변호사의 딸 스카웃은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무도 그 흑인을 변호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왜 변호를 하느냐고 말이지요. 핀치 변호사는 분명하게, 어린 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톰의 변호를 맡지 않는다면 이 군을 대표해서 주 의회에 나갈 수도 없고,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너에게 옳고 그름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고, 두 번 다시 아빠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요.

스카웃은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아빠가, 우리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요. 핀치 변호사는 아니라고 대답하지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장애가 있어 팔 한 쪽을 쓰지 못하는 톰이 백인 여성을 간단히 제압할 수 없었을 상황에 대한 합리적 의심, 딸이 강간당하고 폭행당했다는데도 아무 치료를 하지 않은 아버지의 미심쩍은 태도, 죄가 없는데 왜 달아났느냐는 질문에 "제가 저지르지 않은 일을 인정해야 하는 게 겁이 났다“고 이야기하는 일관된 피고인 톰의 자세, 증언석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증언을 이어 가는 백인 여성의 당황하는 태도들을 통해 독자들은 진짜 범죄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핀치 변호사는 배심원들을 향해 편견과 싸워 달라고 합니다. 흑인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흑인은 언제나 죄를 짓기 직전 상태다, 모든 흑인은 도덕적이지 않다는 남부의 뿌리깊은 가치관과 싸워 달라고 합니다. 진실을 보아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톰은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백인 남성들의 살해 위협에 시달렸으며, 암담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탈출하려다 총에 맞아 죽고 맙니다.

핀치 변호사가 톰을 변호하던 것은 바로 이런 편견에 가득한 세상이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미국 사회는 이런 편견과 끝없이 싸우고 있고요. 핀치 변호사의 이웃 사람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

최순실 사태로 허탈하고 울화가 치미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포기하고 좌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진보하는 역사 속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영화 밀정의 마지막 대사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패가 쌓여도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전진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한다.”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박준영/변호사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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