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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법원, 검찰까지...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1.18 15:01
  • 수정 2016.11.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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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주위를 한 번 돌아보라. 이제 비로소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고, 교육자가 교육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법원이 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고, 경찰도 경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마저 변하는 시늉을 보인다.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과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 아닌가. 보라,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권력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신기하게도 보수신문과 종편방송마저 자신들이 끔찍이 모시고 보살피던 바로 그 실세의 치부를 파헤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이 대체 언제부터 시위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며 '촛불 민의'나 '국민의 명령' 같은 표제를 달았던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한국교총은 어떤가. 이들은 국정교과서에 찬성해 온 대표적인 보수 교원단체다. 그동안 '국론통합 기대'라며 국정교과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 온 이들이 최근에 입장을 바꿨다. "국정 교과서에서 친일, 독재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내용이 담길 경우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교육현장 여론'을 말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그 정도의 태도 변화만 해도 반가운 것이, 보수 교육자들의 태도가 약간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법원은 시위대가 청와대 부근까지 행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들은 경찰의 금지 통고에 대해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로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번 집회의 특수한 목적"을 언급했다. 당연한 결정에 왜 이리 마음이 뿌듯한가.

경찰은 과거의 폭력성을 적잖이 누그러뜨린 모습이었다. 진작부터 그래야 했다. '폭력 시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경찰이 몰랐을 리 없으나, '정권 심기 수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몇 주간 우리가 경험한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시민이 주인이 될 때 어떤 신나는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 준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그동안 유예되었던 민주사회의 모습을 이제 비로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냥 찾아온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세월호 유가족의 끊임없는 외침과 요구가 있었고, 백남기 선생의 희생이 있었으며, 이들과 연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행동이 있었고, 용기있는 소수 언론인이 있었으니,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본 사설은 본보와 제휴된 오마이뉴스의 게재된 게릴라 칼럼에서 주요부분만을 발췌해 부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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