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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와 자치’새로운 시도는 자리잡을까

독자 기고

  • 이승창/어촌민속전시관 관장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2.02 13:14
  • 수정 2016.12.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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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도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대상이 관료조직이라면 자신들의 기득권(밥통)을 지키기 위한 기존조직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의 한 동네에서는‘행정의 입장이 아닌 주민의 입장에서’마을살이를 살피고 다듬고 해결한다는 취지로 연초 새로운 시도를 했었고, 거의 일 년이 지났다.

서울 금천구 독산 4동은 직업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출신을 공모하여 임기 2년의 동장으로 임명했다. 새로 취임한 기자·교사 경력이 있었던 동장은 주민행정의 혁신과 혁신 목표인 통치에서 협치와 자치로 바꾸어가는 것이라는 취지에 맞추어 실천 가능한 시책들을 하나 둘씩 추진해가고 있다.

민간인 출신 동장은 취임 후 먼저 동장실을 없애고, 대신 동장실을 ‘뜬구름 다방’이란 이름으로 동장과 주민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여기에 동네의 온갖 해묵은 일들을 가져오게 했다. 이곳에서 논의된 의제들은 마을계획단을 통해 주민동의를 거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후에 주민들이 직접 사업 집행에 참여하는 절차를 밟는다.

고질적인 쓰레기 무단투기는 청소차를 늘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고, 쓰레기를 치우는 재활용 환경자원사를 주민들 가운데 뽑아 ‘도시 광부’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그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한 자존감을 심는 일을 했으며, 가장 지저분한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는 화단으로 바꾸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문제가 해결하여 깨끗한 도시를 만들었다.

동사무소(주민센터)에는 ‘가장 재밌는 영화관’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 번씩 주민들에게 영화를 상영해주고 있다. 독산동 성당 주차장에는 공기를 집어넣은 대형 풀장을 만들어 동네 꼬마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마을 물놀이터가 생겼다.

동장이 생각하는 좋은 마을에는 ‘주민들이 할 일이 있다. 복지 사각지대가 없다. 골목이 깨끗하다. 돈이 생기는 장터가 자주 선다. 건강 프로그램이 잘 돌아간다.’는 다섯 가지가 있어야 된다는 신념으로 동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협치(協治, governance)'와  ’자치(自治, autonomy)‘를 선택했다.

시작한지 일 년이 안 된 지방자치의 새로운 시도를 놓고 성공 여부를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행정 주도의 무늬만 자치인 동네의 살림살이는 그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주민자치가 성공적으로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구성원인 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하는 협치가 보태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 모두 스스로가 주인임을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마을 살림살이에 참여하여 하나씩 숙원사업과 문제들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중앙집권적이고 엘리트 위주의 정치 행위를 지양하고, 지역에서 평범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 이제는 시작한지 20년이 지나 성년이 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 잘 익은 열매를 따먹을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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