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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님의 침묵[문학의 향기]풍란화보다 더 매운 향기 '만해 한용운'
김형진 기자 | 승인 2016.12.30 09:10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만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을 얻겠습니다.

속박 속에서 자유하는 대해탈의 길. 만해는 엎드려 말하길 "스님 그러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어떡하긴? 이놈아!"
"그래서 고진의 수행이 있고 정진이 있는 것이지! 머리를 깎아라!"
그렇게해 제자가 된 만해는 1905년(광무 9) 인제의 백담사에서 연곡을 스승으로 승려가 되고 만화에게서 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 만해 한용운의 첫사랑이란 바로 그 여인, 서여연화. 그녀는 젊은 미망인으로 건봉사를 비롯해서 설악산 부근의 사찰에서는 마음씨 착하고 아름다운 보살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선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해난 사고의 충격이 있고나서 많은 돈을 남긴 채 그만 요절하고 말았다.
만해와 서여연화가 만난 것은 남편의 영혼을 달래주는 법회에서였다. 서연화는 음력 4월 15일에서 7월 15일까지 3개월 간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수행하는 하안거가 끝나는 해제일(解制日)에 맞춰 큰 법회를 열었다. 며칠동안 범패까지도 경향각지의 명인들을 불러서 들려주는 대규모 법회였다.
그때 처음 만해를 보았다.
거기서 그녀는 다른 스님들과는 달리 쌀쌀 맞기 그지없으며 입을 꼭 다문 채 말 한마디 없는 이 키 작고 못생인 한용운에게 마음이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한용운도 마음이 일었다.
전형적인 한민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 상복을 입고 슬피 울며 조상(弔喪)하는 여인, 소복이라는 위대한 사치에 감싸인 여인, 그런데 혼자 살며 혼자 지키는 여인.
사랑은 하늘이 주었고, 도(道)는 성인이 주었다. 인간이 어떻게 하늘의 섭리를 버리고 도(道)만을 따르겠는가! 만해 또한 그 아름다움에 마음이 기울여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 젊음을 장식하는 일로서 그녀와 가까웠졌다. 백담사에서 속초까지 내려가면 그녀에게서 미역 음식과 약간의 곡차(술)를 대접받으며 그녀의 잔상을 점점 뚜렷하게 가슴 안으로 화인시켜 가고 있었다. 그렇게 1925년 여름부터 설악산 백담사에 머물면서 탄생하게 되는 불후의 명작.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아아,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이 멀었습니다
바로 님의 침묵.(계속)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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