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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많은 영혼의 아름다운 성장

[전문가 칼럼]박준영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1.13 17:24
  • 수정 2017.01.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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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변호사

 <몽실 언니>의 저자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어느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누군가 <몽실 언니>처럼 가엾고 슬픈 아이 이야기 말고 밝고 희망찬 동화를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권정생 선생님이 그러셨습니다. 슬픔을 모르는 아이는 좋은 어른으로 자라기 힘들다,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는 좋은 어른으로 자랄 수 없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밝고 환하게 살고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세상에는 지금도 눈물 흘리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어두운 모습을 감추고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드러내려 하는 것은 어른의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청소년소설과 동화는 밝고, 예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은 어른들의 판타지입니다. 세계적인 고절 반열에 오른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는 아버지가 제제를 허리띠로 마구 때리는 장면이 나오고 계급 차별과 경제적 빈곤도 나옵니다. <플란다스의 개>는 주인공 소년 네로가 이웃의 냉대 속에서 굶어 죽습니다. <몽실언니>의 주인공 몽실이는 새아버지의 폭력으로 다리를 접니다. 전쟁, 새어머니의 죽음, 친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죽음. 도무지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처럼 명작 반열에 오른 동화와 청소년소설은 우리가 착각하는 것처럼,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로 치장돼 있지 않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방황이 시작됐습니다. 가출을 셀 수 없이 반복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두 번 다녔습니다. 노화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학교를 제대로 다닌 것도 아닙니다. 무기정학까지 받아봤습니다. 군복무를 마친 후 정신 차리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는데, 한창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릴 때, 아버지가 공사현장에서 굴삭기에 치이는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내게 희망이 있을까……자포자기상태가 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공익변호사, 재심전문변호사로 알려져 있고,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일이고, 제 마음속 ‘측은지심’이 발동했을 때는 제가 먼저 찾아가서 재심(再審)을 청구하자고 설득하곤 합니다. 제가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아왔다면, 지금과 같이 사회적 약자의 재심(再審) 등 공익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신년 초 무거운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대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하는‘적당한’공감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자녀 양육, 경제적인 문제 등등 현실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의 형태는 다양할 겁니다. 내가 아니라 하더라도 주변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현실은 고달프지만, 상처 속에서 아름다운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 서로에 대한 연민과 나눔의 정신이 물질적 풍요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올 한해우리 모두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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