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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늙은 창녀의 눈물

[독자투고]김영채 독자(완도읍 군내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1.19 18:43
  • 수정 2017.01.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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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파가 바람에 휘날려 갈 듯이 검은 들역을 헤매이고 있었다. 소녀는 누군가가 쥐어준 지전을 어미의 손에 몰래 건내 주었다.
뒤안 뒷 흙벽에 머리를 쥐어박고 쥐어 짜는 컥컥이는 흐느낌을 잇지 못한다.
계절들은 겨울 나그네 되어 떠나고 농로는 들판 가운데로 수로를 따라 나 있다.
양편 가장자리 허리가 휘어 흔들리는 갈대숲 길을 늦은 길손이 지나는데 그 노파가 날려와서 쓸어질 듯 갑자기 안겼다. 여인은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려해도 목구멍을 넘기지 못한다.
“뭐라고요”사내는 뼈뿐인 몸통을 뒤흔들었지만 숨결이 자자들고 있었다.
“뭐라고 뭐라고요” 다급히 소리쳤다. 아마도 「어머니. 용서」같았지만 분간이 어려웠다. 빨라지는 어둠속에 사내의 얼굴이 부딪칠 듯이 다가와 있었다. 눈빛이 평화로웠고 탯속의 청음을 느꼈을까? 마주보며 전류가 흐르는 듯 두 손을 깍지 지어 잡았다.
그리고는 노파는 긴 숨을 쉬고 길손의 품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놀란 나그네 쥐었던 손을 놓친다, 어느 새 어둠이 꽉차고 별들이 빛난다. 간신이 알아볼 수 있는 부등켜 안고 있는 석상의 「실루엣」이 겨울밤 속으로 묻혀들었다.「바다가 보이는 해변의.... 갈대숲 길에서.... 」
키워준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강보에 쌍인 핏덩이를 주워다 주모에게 준 돌팔이 행려승은 가끔 지나는 길에 커가는 그의 모습을 슬적슬적 살피고 지나갔다.
속울음 꾹꾹 눌러 켜켜이 쌓이며 살아온 할미의 80년, 무덤 속 동굴 같은 50년, 끝이 없던 130년 기구한 슬픈 상봉의 밤이었다.
그날 밤에도 눈발은 거세져
메마른 농로 위를 데굴데굴 굴러갔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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