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지 / 시인
바다 깊은 곳에서 불덩이 하나 솟구친다
빛 한줄기 샐 틈 없는 새벽 가르며
제 몸 불태우고 솟구쳐 오른다
어둠처럼 눈을 가리고
해방의 시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친일모리배들의 행각과,
발전이라는 굴레로 귀를 가리고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이고 또 죽이던 무리들과,
움직이려는 손과 발을 묶어 아이들,
생떼 같은 아이들
맹골의 물속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것들 위로도 떠오른다.
어둠을 지키던 샛별 같은 촛불
하나가 둘이 되고
다시 천개가 되고
만개가 되더니
천만 개로 타오른
염원과 외침과 함성으로 힘을 받아
떠오른다
이제 그 빛으로
어둠 사위고
귀를 열게 하고
족쇄마저 풀게 하라며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불덩이 하나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