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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과 정치권력

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2.17 13:02
  • 수정 2017.02.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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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됐다.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와 국회청문회 위증 이외에 업무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실형이 언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는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돼 있어, 국민의 눈이 온통 법원의 영장발부 여부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특검수사를 계기로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인지,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과 정치권력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주지하는 바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잘나가는 세계적인 기업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줘, 국민경제에 큰 손실이 초래될 것이라는 것이다.

건국 이래 정경유착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반복적으로 들어온 소리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경제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법 앞의 평등이나 정의와 같은 가치를 기꺼이 희생하여도 좋다는 것은 재물을 신성시하는 물신(物神)주의나 진배없다.

삼성은 우리나라 GDP의 대략 10% 이상, 수출액의 20% 가량, 법인세의 15%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삼성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 나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수의 형사처벌로 인해 재벌기업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한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그로 인해 투명한 경영이 이루어지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작년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래 삼성전자의 주가가 꽤 상승한 것도 사실이다. 주가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의 발화사건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상승은 주목할 만하다.

거꾸로 생각하면 한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것 자체가 위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구속을 반대하는 논리대로라면 삼성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의 주된 원인은 극심한 양극화다.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직만 대략 700만, 청년실업자가 300만 정도나 된다. 거의 1000만 근로대중이 생계를 이어가기도 벅찬 현실이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니 경제가 선순환할 수 없다. 재벌들이 손자녀를 위해 식음료 프랜차이즈까지 진출하는 나라에서 중소기업, 중산층이 버틸 수가 없다. 재벌체제를 그냥 둔 채로는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재벌체제가 해제되면 기업오너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이루어질 수 없으니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항변도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이미 20세기 초에,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은 전후에 재벌이 해체되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일본과 독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즐비하여 나라경제가 튼실하기만 하다. 재벌이 해체된다고 기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지난 참여정부가 삼성특검을 거부한 장면이 떠오른다. 다음 정권에서는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넋두리는 듣고 싶지 않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독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이유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처럼 리코법(RICO Act: 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을 제정하여 재벌이 기업을 이용한 조직범죄로 얻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전부 몰수할 필요가 있다. 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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