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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번만 읽어주세요

[문학의 향기]Gone With the Wind 3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2.24 12:05
  • 수정 2017.02.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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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순간에 이르는 그 과정의 탐닉, 매순간 이리 저리 부딪치는 열광적인 자신을 발견해 냈다.
‘그래, 일단 내가 못하는 것 빼고, 안되는 것도 빼고...’
‘그럼 뭐가 있지? 내가 잘하는 게 말야?’답은 쉽고 간명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글쓰기잖아! 그래, 글쓰기!’다음.
‘어디 그러면, 글을 한 번 써 볼까? 어떤 글을 쓸까? 시? 시는 이 드라마틱한 삶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짧아’‘그래, 소설이야! 소설’
‘그럼, 주인공은 누구로 할까?’‘남자? 여자?’‘지금까지 남자 주인공은 많았잖아! 너무 진부해!’
‘여자로 해야겠어!’‘그렇지! 불굴의 의지와 신념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상!’여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해졌다. 불꽃같은 격정 속에서 불굴의 기백으로 모든 것을 집어 삼켜 버리고 더욱 강한 에너지를 발산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아르페지오를 통해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는 그런 눈빛을 가진 여인!

그녀는 병상에 누워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0년 만에 원고를 탈고했다. 그 처절했던 10년간의 시간.
탈고 후에도 쉽지는 않았다. 3년 동안 수많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하나같이 그녀의 소설을 외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런 출판사를 찾았던 미첼. 비서로부터 출판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레이슨 편집장이 방금 출장을 위해 기차역으로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조금만 빨리 오시지, 편집장님은 방금 기차역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미 소설 속 그녀가 돼 있던 미첼은‘그래, 아직은 끝난 게 아니야!’‘그가 아직 기차를 안탔다면!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미첼은 원고를 들고 기차역으로 달려갔다. 기차를 막 타려는 순간 레이슨을 만난 미첼.
“레이슨 편집장 님이시죠. 저는 신문기자 출신의 미첼이라고 합니다. 제가 쓴 소설입니다.”
“저의 원고를 한 번만 읽어주세요.”“알겠소. 이리 주시오”
원고를 건네는 미첼의 눈빛이 너무나 간절했지만, 레이슨의 눈빛은 너무나 평범한 응대의 눈빛이었다.

원고 뭉치를 들고 기차에 오른 레이슨. 한 쪽에 내팽겨치듯 던져 뒀다. 그가 다시 눈길을 주지 않으면 원고는 이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게 뻔했다. 차기 출판물에 대해 골몰하는 레이슨에게 잠시 후 승무원이 다가왔다. “레이슨 편집장님이시죠? 편집장님에게 전보 한 통이 왔습니다”레이슨이 펼쳐 본 전보 메시지에는“제발, 한 번만 읽어주세요. 미첼 올림”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레이슨은 원고더미를 흘깃 쳐다볼 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 후 다시 승무원이 다가와 똑 같은 내용의 전보 메시지를 보여 주었고, 세 번째 전보가 도착한 뒤에야 레이슨은 서서히 원고 뭉치를 끌어당겨 펼쳐 보는데...(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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