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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詩를 말하다]김인석 시인 / 김소월의 '진달래꽃'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3.10 11:05
  • 수정 2017.03.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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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가시는 걸음 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김인석

시인/완도출신


김소월 시인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태어나, 오산학교를 거처 배재고보를 졸업하였다.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 외 5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22년 『개벽』에 「진달래꽃」, 「먼 후일」 등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1924년 김동인, 김창영, 임장화, 전영택 등과 함께 『영대』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25년 시집 『진달래꽃』과 시론집 『시혼』을 발간하였다. 1926년 이후 여러 사업에 손을 대었으나 실패하고 1934년 자살하였다. 
김소월 시인의 시편들을 읽어 보면 많은 시들이 사랑과 이별, 그리움, 슬픔 등 恨의 정서가 배태되어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이기에 많은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또한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기쁨과 슬픔도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런데 특히 ‘이별’이라는 것은 지독한 고통을 동반하고 제 안의 모든 애통과 서러움을 응집시켜, 하나의 거대한 형상으로 존재하게 한다. 이 거대한 형상은 오랫동안 마음속 어느 한 곳에 남아, 사랑과 이별의 근원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스스로 이별의 거대한 존재를 부인하고 싶어 끝갓없이 고통을 견뎌낸다.

「진달래꽃」도 가정적 상황을 통해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화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에서 보듯이 “가실 때에는” 이 두 어절이 미래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면, 고이 보내드려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은 아름다웠던 흔적과 추억들을 손상하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한없이 함께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시적 자아 역시 “말없이 고이” 보내주겠다 한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슬프고 서럽겠는가. 떠나보내야 하는 그 마음은 한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허나 야속하게도 보내야만 하는 가엾은 마음은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다. 미치도록 사랑을 해본 자만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은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고 또한 유명하다. 그런데 그 꽃을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리”운다고 한다. 그리고 그 꽃을 “즈려 밟고” 가란다. 화자의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모든 것을 초극한 희생적 사랑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어쩌면 저렇게도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가 님이 떠나는 길가에 뿌리우는 화자의 마음속에는 피가 묻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연을 읽어보면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너무나 화자의 마음이 간절하게 드러나 있다. 어쩔 수 없어 보내기는 하지만 보내면서도 잊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반어법을 통해서 피맺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 속에는 또한 헌신적인 기다림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삶의 선상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고통스러움을 동반한다. 그리고 떠나보냄으로 인해 또한 끝없는 그리움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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