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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변방(邊方) 강진 곰파에서의 이틀

[기획연재8]'세계의 지붕' 네팔 히말라야 랑탕국립공원을 가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3.25 08:13
  • 수정 2017.04.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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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 모여 강진 곰파 주변 트레킹을 준비하고 있은 대원들과 현지지원팀 대원들


랑탕 마을과 함께 랑탕국립공원의 중심지역이라 할 수 있는 강진 곰파에서 이틀 밤을 보낸다. 전화나 전기 등 문명의 상징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정도라서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니 달리 할 일이 없다. 고산병의 우려 때문에 대원들이 모여서 함께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나눌 형편이 못 된다. 방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인다. 유리창 밖을 내다보니 어두운 밤하늘에 둥근 달과 초롱초롱한 별들이 유난히도 반짝이고 있다.

마을 주변 트레킹에 앞서 단체로 랑탕리룽(7,227m)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Photo by ECHO]


엿새째 아침이 밝았다. 숙소를 출발하여 첼콜리(Tscerko Ri/4,984m) 전망대에 올라 랑탕 리룽(7,227m), 야라 피크(5500m), 나야 캉가(5,857m), 강첸포(6,378m), 랑시사 리(6,560m) 등 강진 곰파 주변의 만년설로 덮혀 있는 5~7,000m급 고봉들을 ​감상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이 짜였다. 하지만 첼콜리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전날 올랐던 강진 리와 비슷하다는 대원들의 생각이 모아져서 강진 곰파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면 캉자라(Kangja-Ra/5,106m) 패스를 넘어가는 캉자라-나야캉 트랙[Kangja-Ra Naya Kang Trec]을 따라 트레킹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굉음이 들려오면서 하얀 연기가 보인다. 눈사태로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숙소를 출발하여 눈사태로 토석이 흘러내린 지역을 지나서 고봉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초원지대에 도착했다. 군데군데 야크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노닐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대원들은 풀밭에 앉아 주변 풍경을 사진에 담으면서 간식을 먹는 등 트레킹 이후 처음으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주변의 고봉들에 둘러싸인 초지(?)에는 곳곳에 야크들이 풀을 뜯으며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오전의 자유롭고 편안한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니 오후 일정은 특별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한 대원의 제안으로 희망하는 몇몇 대원들은 랑탕 리룽의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어제 강진 리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특별히 호기심을 끌지 못해 오후 일정에는 참가하지 않고 낮잠을 자면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대원들이 숙소를 떠나고 난 후 남은 대원들과 함께 4층 식당에서 유리창 너머로 쏱아져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을 쪼이며 오랫만에 달콤한 낮잠을 즐긴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과 초지를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야크들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후 트레킹에 참여하지 않은 대원들 중에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대원이 있었다. 그들은 지진 피해 이후 임시 복구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난민들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왔다. 그들이 보고 느낀 후 들려주는 소감은 한 마디로 '처참하다'라는 것이었다.

초지에 자유롭게 앉아 망중한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대원들


어느 집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그릇도 없고 전기도 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열악한 공간에서 차마 죽지 못해 근근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본 마을은 행정당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피해복구를 위한 자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을 근처 초지까지의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가 있는 강진 곰파로 돌아오면서 바라본 마을 모습.


같은 피해를 당했는데 복구하는 과정에서의 차별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어느 나라든지 모두가 공평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직접 목격한 이곳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불공평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왠지 씁쓰레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길을 안내하는 세르파와 음식을 만들어준 쿡, 짐을 운반해준 포터 등 네팔 현지 지원팀이다. [Photo by 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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