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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트레킹을 끝내고 산을 내려오다

기획연재 9]이승창 관장의 '네팔 랑탕' 트레킹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4.03 09:13
  • 수정 2017.04.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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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강진 곰파 주변의 설산 봉우리들.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당초 계획은 트레킹 마지막 날 저녁에 대원들과 세르파‧쿡‧포터 등 현지 지원팀이 자리를 함께 하는 조졸한 회식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저녁식사시간에 식당에 모여 수도시설 지원문제를 놓고 대원들 사이에 토론이 있었다. 논란 끝에 결론은 지원해 주지 않은 것으로 귀결됐다. 그로 인해 한 대장은 많은 실망감으로 느꼈던 겉 같다. 순식간에 대원들 사이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가면서 어색해지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행스럽게도 대원들 사이에 있었던 이견이 조정되어 갈등은 봉합되었다.

강진 곰파에서 강진 리로 올라가는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오후 내내 충분한 휴식을 취해 컨디션이 회복됐고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건네지는 술잔을 꽤 여러 잔을 넙죽넙죽 받아마셨다. 아직은 감기 기운이 남아있고, 오랫만에 알콜 성분을 받아들여서인지 금방 취기가 올라 어느 순간 몸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이후 기억은 안개 속에 묻힌듯 희미해져만 갔다.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강진 곰파의 별자리 [Photo by 한맨]


날이 새기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달빛이 창밖에서 파고들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여명에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하얀 설산의 장관을 한참동안 감상한다. 다시 방으로 내려오니 방마다 대원들은 하산을 위해 카고백을 꾸리고 있는 등 출발준비로 부산하다. 하산은 같은 코스로 산을 내려가는 지루함을 없애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시 대기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헬기가 올라온다는 연락이 왔다.

강진 곰파에서 바라본 랑시사 리(Rangshisa Ri(6,560m)의 석양 [Photo by 한맨]


네팔 일정이 끝날 때까지 대원들을 안내할 로싼을 제외하고 현지 지원팀은 대원들과 헤어져서 올라왔던 길을 따라 걸어서 하산하기로 되어있다. 트레킹 동안 정들었든 현지 지원팀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대원들의 하산은 헬기가 한 번 5~6명을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 세 팀으로 나누어 한다고 했다.

강진 곰파의 숙소와 앞에서 대원들과 현지지원팀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Photo by 에코]


잠시 후 산 아래 계곡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고추잠자리를 닮은 헬기 한 대가 마을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마을 어귀에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살포시 내려앉는다. 많은 주민들이 헬기장 주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헬기로 싣고 온 짐을 찾으러 나왔거나 헬기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헬기에서는 몇 명의 사람이 내리고 많은 짐들이 내려진다. 뒤이어 첫 번째 헬기에 대원들의 카고백들이 실리고 이윽고 5명의 대원들이 올라타고 문이 닫히니 헬기는 대원들이 올라왔었던 계곡으로 빨려들어가듯 시야에서 사라진다.

마을 어귀의 헬기장에 헬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날아왔다.
도착한 헬기의 문이 열리고 몇 사람이 내리고 뒤쪽의 짐칸에서 짐들이 내려지고 있다.


이제 강진 곰파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동안 머물렀지만 주변의 설산 등 아름다운 자연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가슴 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나는 10분쯤 뒤에 산 아래서 올라온 두 번째 헬기의 기장 옆자리에 몸을 실었다. 요란한 굉음과 먼지바람을 일으킨 헬기는 강진 곰파와 주변의 하얀 설산들을 뒤로 하고 카트만두를 향해 기수를 돌린다.

헬기에서 바라본 산능선들. 아쉽게도 이른 아침의 뿌연 하늘로 주변 풍경이 선명하지 않다.
헬기를 카트만두 상공을 나르면서 내려다 본 시내 풍경. 커다란 탑이 보이는 곳은 네팔불교의 최대 성지인 부다나트 사원(Bouddhanath Temp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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