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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먹어도 가장 배부를 때는 바로!

[슬로걷기축제에서 만난 사람들]한희석 청산면장, 청산도의 푸른 꿈을 주민과 꿈꾸다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4.14 13:48
  • 수정 2017.04.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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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은 어떤 우주도
무슨 실존도 아니었다.

저 태양은 내 입술이
숨을 불어 준 붉은심장이었고
저 달빛은 내 양팔이
들어 올려놓은 우주였으며
저 별빛은 내 눈빛이
피어낸 꽃망울이었다.

나의 눈이 보았다는 건,
너를 보는 찰나의 순간에
너의 전생애를 찍었다는 것으로

내 눈이 단 한 번, 보았지만
내 마음은 널, 영원히 축척했다는 것으로

고로, 너는
내가 올라가야할 사다리요
내가 꽃 피우는 실존의 길이니

네가 없는 길이란
하향의 여정인 것이고

나의 상향의 여정은
너를 껴안을 때만이
비로소 열리게 된 것으로

더하여,
나의 내일은
저물어가는 너의 태양으로써
다시, 떠오르는 내일의 희망이 되는 것이고

나의 대지는
생기로운 너의 단비가 뿌려져야
드디어, 푸른 초원으로 숨쉬는 것이며

나의 별빛은
너의 눈짓 하나를 만나야
비로소, 첫날밤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봄날에 넌
달콤한 전율의 핏줄기처럼
나의 혈관을 타고

팔딱 팔딱

말 달리고 있으니...

아, 이 향기로운 이 봄날에
나는 청산도의 봄빛 한 줌과
너의 이름 석 자를
가득 채운 술잔에
입맞추노라!

이건 그을린게 아니라 숫제 시커멓게 타 버린 얼굴이었다. 등산복 차림으로 어디든지 튀어 오를 만만의 준비가 끝난 스프링(spring)처럼.  

그의 첫인상은 기름기가 흐르며 햇빛이라곤 전혀 안본, 지역 유지로 군림하려는 면장이라기보단 청산면에서 가장 막 구르고 있는 상머슴 같았다. 본래, 되는 가게가 그러지 않던가! 주인은 종업원처럼, 종업원은 주인처럼. 그의 모습이 딱 그랬다.


고생이 많다고 했더니, 그의 말은 "저보다는 면직원들이 더 고생입니다." "슬로걷기 축제 기간 중에는 읍으로 나갈 수 없어, 제 와이프와 면 계장님들의 사모님들이 직접 청산도로 들어와 직원들을 위해 김밥을 싸주며 독려해주고 있다"고.

지난 1일 청산도슬로걷기가 개막하고 한 주 지난 주말(8일), 청산도를 찾아 한희석 면장을 만났다.
늘 미소가 떠나지 않던 그에게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냐고 묻자, 그는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청산도에 내릴 때란다. "어릴 적, 우리를 보고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이 있잖아요. 안 먹어도 배가 부른다고!" "요즘이 딱 그렇습니다"
"개막했던 지난 1일에는 4천6백여명 정도가 찾아왔고 오늘은 6천명 이상이 청산도를 방문했다"고 했다.


이곳에서 꿈꾸는 건 무엇이냐고 묻자, 반드시 청산면을 살리고 나가겠단다. 그러면 여기서 정년 때까지 말뚝을 박을 것이냐고 묻자, 그건 좀 아니라는 듯 크게 웃었다. 그러며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청산도의 앞날을 이야기했다. 올해까지는 해조류박람회가 개최 돼 청산도 방문이 이어질 것 같은데, 내년부터가 문제라고 했다.

특히 관광지의 경우엔 10년이 지나면 유행이 지나 손님이 감소하게 되는데, 올해가 슬로시티 지정 10년째라고. 이제 청산도는 더 이상 투자하면 안된다는 여론도 있지만, 청산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야만이 완도읍 상권이 산다면서 군에서도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립공원으로 묶인 청산도의 개발행위는 제한되고 있지만, 생태 탐방로 설치 등 환경 친환적인 개발은 필요하다고. 여기에 청산농협도 완도군과 함께 해줬으면 한다는 말과 청산도에 재능기부를 해 줄 인재들도 찾고 있다고.

이후에도 30여분 청산도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띤다. 멉니까?했더니, 유쾌하게 웃는 한 면장.
"제, 자가용입니다" "하하하"

그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읍으로 나오는 선상. 그의 애민관이 그의 미소와 함께 오버랩 된다.
그래, 내가 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네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네가 있기에 내 삶이 향유될 수 있으며 느림으로 간다는 것. 그건 나와 너가 하나가 돼 가는 것이다. 그것이 유한한 너와 나의 운명인바 인격과 개아 사이를 동요하는 진정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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