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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0416 - 네가 올까봐!

[세월호 3주기 추모시&현장 화보]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4.25 16:07
  • 수정 2017.04.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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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올까봐!

너의 음절이
입안으로 들어와
너의 문장이
귀안으로 들어왔을 때
수많은 너의 문장이
내 몸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죽은 듯
온 몸의 힘을 빼고
너의 전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얼마가 걸리든지 아주 하염없이
내 몸에 알을 부화하는
너의 문장은
그 날의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해냈다.

나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영원히 녹지 않을
얼음 송곳으로 박혔으니까!

지독히도 매서웠던
음산한 바람과
끔찍히도 차가웠던 비열한 탐욕!
어린 꽃잎은 파르르 흩날렸고
지켜야 할 야비한 잎사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
어린 꽃잎은 매서운 칼질에
울부짖었고
산산이 찢겨 나간 소리에
온세상이 참담했고,
모든 것이 소름끼쳤어.

참혹한 참상,
두 손은 그저 빌어야 했고
두 무릎은 하염없이 꿇어야 했으며
온몸은 온세상을 오열해야 했지.

공기조차 살 수 없는 세상
피안에 떨어진 어린 꽃잎은
봄바람에도 피어나지 않았어.

그러나,
네가 올까봐!
네가 올까봐!
나 없는 사이에 네가 올까봐!
정말이지,
나 없는 사이에 네가 올까봐!

적요의 바다는 말이 없었고
그래도 바람만 불면
네가 올까봐!
네가 올까봐!
제발...
너의 눈물은 오로지
생명만을 토해내는 숭고한 떨림으로
너의 눈물은 오로지
하늘거리는 생명의 넋으로

아!
너의 눈물!

난, 그 한 방울,
한 방울을 모조리 세고 있을테다.

난, 너의 눈물이
흘러 넘치는 곳마다
한 알의 생명을 떨어 뜨릴테다.

아,
너는 나의 꽃잎
너는 나의 별빛...

아아,
너의 눈물은 나와 같다.

#세월호 추모 3주기를 맞아 완도해조류박람회에선 극단여우의 꽃신 공연이 있었고 완도고 학생들은 노란 종이배를 접어 본관 건물에 매말아 아픔을 함께했다. 지난 16일 목포신항에선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시민단체들의 집회와 종교단체들의 추모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완도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신항을 찾아 추모의 물결에 함께하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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