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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가슴은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나의 반쪽]박옥남 독자(신우철 군수 부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5.29 09:10
  • 수정 2017.05.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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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93만 명을 넘어 성공적인 박람회로 평가받았던 2017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가 한창이던 4월의 어느 날, "박옥남 사모님이시죠?" "아 네... 그런데? 누구실까요?"
"완도신문 편집국장입니다'
다소 굳은 채로 "아, 네..."
완도군에 비판적인 완도신문은이라 해조류 박람회의 성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국장님?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요?"했더니, 편집국장의 이어지는 말.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부탁이 있습니다. 들어주시면 함께 찍겠습니다" 이러는 게 아닌가!
그 부탁이 무엇인지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냅다, "네" 해버렸다. 사진을 찍고 나서, "무슨 부탁인가요?"했더니, 대뜸 결혼이야기를 써달란다.
정말, 나 어떡해!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려니 왠지 낯간지럽고 무지 부담스러워지고, "네"는 해놓고 못한다고 하면 진짜로 실없는 사람이 되겠고...
그렇게 전전긍긍한 채 2주가 흘러 버렸다. 어느 날, 여지없이 "펑크 내시면 절대로 안됩니다"하는 독촉 전화까지.
그래서 마음을 추스르고 지난 시간을 회상해 봅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지난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남편과 처음 만났던 서울 단성사 앞 <사루비아> 다방의 풍경이다.
“괜찮은 총각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는 친구의 권유. 
바람 끝이 제법 칼칼하던 1977년의 겨울, 그곳을 찾아갔을 때.
얼마나 떨리던지...
스물 세살의 아가씨에게 다방 안 풍경은 분명 낯설었지만, 쌀쌀하던 바깥과 달리 그 안은 제법 따뜻했다.
‘과연 어떤 사람이 나올까?' 라는 기대와 호기심까지 겹쳐 추위는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마주한 남편. 짙은 눈썹에 훌쩍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모습. 거기에 따뜻한 배려와 온화한 미소까지.
남편이 내게 남긴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의 만남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서로 살고 있는 곳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난,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었고, 남편은 군복무를 마친 후 광주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서울과 광주 사이를 자주 왕복하는 일이란 쉬운 게 아닌데, 당시의 가난한 연인들에게 서울과 광주를 오가는 데이트란 더더욱 힘들고 어려울 거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첫 만남 후 남편은 먼저 전화를 걸어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 만남은 계속될 수 있었다.
만날수록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그.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생겼고, 그 기대감은 이내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되었다.
당시 서울의 시내버스는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들을 태우고 다닐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도 버스기사들은 한사람이라도 더 태울 심산에 급출발,  급제동을 다반사로 일삼곤 했다.
그럴 때면 승객들은 아우성과 함께 내동댕이치듯 뒤로 우르르 쏠려갔고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데이트 도중 남편과 함께 시내버스를 탔을 때도 그런 경우가 벌어졌다.
그날도 난, 빽빽한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마음에 답답함을 느끼며 시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한순간에 편안함이 느껴졌다.
살짝 돌아보니 내 뒤에 서 있던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두 팔에 힘을 꽉 주며 버티고 서 있었는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 가슴은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그 두근거림은 곧 설렘이 되었다가 그리 오래지 않아 그리움이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찾아오고 있었다.
그 후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남편은 고향인 완도로 발령을 받아 내려갔다.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애틋해져만 갔고, 더욱 커져만 갔는데.... (다음호 계속)

#본 코너는 현대사회에 더욱 상실해가는 가족애를 회복하고 감동의 부부애를 위해 기획되었다. 박옥남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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