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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시가 없더냐, 머리와 가슴이 만나는 날까지

[완도의 자생 식물] 1. 엉컹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6.11 21:18
  • 수정 2017.06.1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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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은 가시가 달린 꽃들이 많다. 찔레꽃, 장미꽃, 개쑥갓...
완도의 산하는 노란 물결의 잔흔이 남아 있다.
4월부터 양지꽃, 애기똥풀, 쓴바귀꽃,  새까맣게 탄 논두렁에서도 노란 씨앗들이 하늘로 펼쳐지는 민들레 그리고 아직 여물지 않은 보리밭 가에서는 노란 뽀리뱅이 이렇게 남도의 산야에는 모든 것을 내어 주었다. 들에 핀 꽃은 꽃으로 산에 나무는 푸른 하늘로 그 순한 물길은 가슴에 여울져 있다.

이러면서 강물은 6월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독물을 풀기 위해 보랏빛 눈물을 굳게 쥐고 있는 항갈퀴. 여린 봄날에는 차디찬 머리도 따뜻했다. 6월은 강해야 살아남는 것일까. 가장 부드러웠던 잎도 가시가 돼 버렸다. 주먹을 편 진보랏빛 눈물은 독을 푼다. 가시 달린 시련의 들판에서 독을 풀어야 한다.

가시가 있다고 피하지 말라. 정녕 너는 가시가 없느냐? 어찌보면 평생동안 독을 풀다가 가는 줄도 모른다. 오히려 사랑스런 일들이 많다는 것은 얽키설키한 일들도 더 많다는 것. 우리는 매일 독을 푸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나. 차디찬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만나는 날까지.

엉겅퀴는 우리 남도에서는 항갈  퀴라고 부른다. 또한 가시 나물이라고도 부른다. 갈라진 잎의 톱니가 되어 있어 닿으면 따끔거린다. 보기에는 험상궃다. 그러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이 야생화는 종류가 다양하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엉겅퀴, 유럽이 원산지인 지느러미 엉겅퀴, 도깨비엉겅퀴, 참엉겅퀴 등이다. 잎줄기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회분,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소가 함유하고 있다.

약효로 만들기 위해선 말려야 한다. 뿌리는 강장, 소염, 해독, 이뇨제에 좋고 잎은 토혈과 출혈 등 지혈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귀하식물이든 토종식물이든 우리 땅에 정착하면 우리 몸에 맞는 식물이 된다. 우리가 작물을 길러 보았겠지만 얼마나 연약한가. 스스로 자생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항갈퀴도 표현은 하고 있지 않지만 스스로 살아가기에는 눈물겨울 것이다.

이런 내재 돼 있는 눈물의 씨앗이 자생력을 키우는 유전인자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내면적으로 슬프면 많이 울고 기쁘면 활짝 웃는다. 이래야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세상에 좋은 음식만 찾아다니지 말고 내면적인 유전인자를 스스로 키워야 한다.

신복남 / 생태환경운동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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