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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는 나의 친구[에세이-나를 말하다]장남세 / 청산 모도
완도신문 | 승인 2017.06.17 11:31
장남세 / 청산 모도

 스스로 벼 한 포기 피워 올린 적 없지만 낙엽지는 몸 하나 그대 빈 들녘을 갈 때 따스한 체온 업고 가는 외투이고 싶다.
햇빛 내려 그대 살 맑아지면 내 허물로 벗겨져 바람 따라 홀로 슬픔 데리고 떠나고 마른 덤불 속 헤매다 허리 굽은 풀잎 만나면 등뼈 뽑아주고 눈물처럼 허물어지고 싶다.
무거운 짐져 내 멍에가 될 때 그대 가슴 불 꺼진 방 잠든 아픔을 깨워 수수 한 다발 묶어 꿈으로 불 켜고 마른 땅 씨 뿌리는 마음의 두 손 모두어그 온몸의 땀방울 이슬로 모아 스스로 허리 펴는 풀잎이고 싶다.
오늘도 나는 들에나 논밭에 갈 때 지게를 지노라면 둘도 없는 친구와 거리감 없이 소리 없는 대화를 하면서 따뜻하고 정겨운 체온을 느끼며 먼 거리를 가까운 거리로 변화하면서 서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맛보며 농부로써 생활하고 있다.
철없는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께 말썽꾸러기 아들이었고, 형이나 누나들께 보기 싫은 어린 동생이었다. 농촌에서 힘겨운 농사일은 나에겐 상관없는 일들이었고, 철없이 멋대로 행동하는 마을의 손꼽인 문제 아이였다.
힘겨운 집안 일이 생길 때 지게는 나에게 미움과 저주의 대상이었고, 지게로 일을 시킨 형들은 세상에서 제일 싫은 분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지게로 짐을 지노라면 지게는 지게대로 나는 나대로 나의 등 뒤에서 요동치는 괴물 같았고, 넘어지고 다치는 일들이 수없이 발생했다.
많은 세월의 흐름과 허비 속에 나이 들어 농촌에서 편모와 나이 어린 아내와 조카들과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턴가 지개는 나의 벗이 되었고,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지게는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고 삶의 현장이 전개되면서 나의 스승이요 한시라도 지게와 같이 활동하지 않으면 생활의 리듬이 깨진 것 같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게에 지고 먼 거리를 오고 갈 때 동반자가 되었고 부모님의 옛정을 느끼면서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기곤 한다.
지게는 내 인생의 거리와 시간을 뒤돌아 보는 세월의 여운을 남겨 둔다. 조용히 내등에 엎인 지개는 농부 삶의 즐거움을 심어주고 휴식의 즐거움과 땀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한 행복감을 느낀다.
오늘도 힘겨운 짐을 지게에 지고 먼 거리를 가노라면 오늘보다 내일의 즐거움을 기대하면서 이마에 흐른 땀을 두손으로 닦으면서 자연과 함께 함을 감사 드린다.
많은 세월의 흐름 속에 농부인 나도 늙고 무생물인 지게도 나와 함께 늙어감의 공감 속에 오늘도 내 인생의 삶의 가치를 지개를 통해 인생 철학을 깨달아 가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지게는 우리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지게로 인하여 누구보다 농어촌의 행복한 삶을 살아 왔구나 하는 지게만이 상징할 수 있는 문명의 공간을 형성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주기 바란다.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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