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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 위로 고고한 학(鶴)이 날개를 펼쳐 3

완도 風水 1 <생일도 학서암>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6.17 13:15
  • 수정 2017.06.1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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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승려 화식의 꿈에 고고하기가 이를 때 없는 아름다운 학 한 마리가 나타난다. 참선하고 있던 자신의 머리 위에서 계속해 맴도는 학(鶴). 이를 이상하게 여긴 화식이 학을 바라보자 학은 화식을 안내하 듯 백운산으로 향했다. 화식 또한 무엇에 홀렸는지 학를 따르게 되었고, 백운산 중턱에 이르러서야 학은 내려 앉게 된다.

화식은 직감적으로 이곳이 길지임을 알아채고 다음 날, 학이 안내한 곳을 찾아내게 되는데 학서함을 창건하게 된 이야기다. 풍수는 이처럼 풍수법(法)보다는 법 이상의 직관으로 순수함을 좇는  분야다. 이성과 지식, 따짐과 헤아림 등은 직관의 순수함을 마비시키는데 풍수적으로 이름난 길지는 한결같이 이처럼 설화나 전설이 함께 한다.

현재 학서암의 입지는 정북에 위치하고 정남쪽을 바라보는 자좌오향으로 이는 방향으로 운명을 발복시킨다기 보다는 백운산에서 발현되고 있는 생기맥 위에 절터를 역행하지 않고 세운 창건주의 혜안이다. 전체적인 지세는 동쪽 봉우리는 허약하지만 벽해루와 더불어 청성산과 전설상의 선경으로 알려진 봉래산처럼 아득히 넓고 호산과 영해가 멀리서도 가리켜 알 수 있을 만큼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학서암의 정혈에 대해 풍수학자들은 "가장 기운이 왕성한 곳은 대웅전이 아닌 암자 한 켠에 조성 된 불상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불상은 얼추 마애불처럼 보이지만 조각한 불상을 뒤쪽 바위벽에 밀착시켜 흡사 마애불처럼 보이게 했다.

이렇게 주민들의 악재를 보호하기 위해 창건된 학서암은 한민족 고유의  자생풍수에서 비롯 된 비보사찰의 개념이 크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였던 최창조 풍수학자는 자생풍수를 정의하면서 "땅의 질서와 기운에 바탕을 두고 자연과 화합될 수 있는 명당을 만드는 전통적 이론 체계"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당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고 사는 사람들의 기질과 특성에 따라, 지형적 특성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일곱번의 중창. 완도군 최고의 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학서암은 지역주민들의 힘이 아니었으면 결코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쉬운 것은 1999년 불궈진 섬주민과 조계종 간의 학서암 대표자 명의 변경을 둘러싼 소송이다. 그 갈등의 골이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알을 품고 있는 학이 말하고 있지 않는가! 성(聖)스러운 학이 알을 품듯 주민들을 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연재를 마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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