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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력이 풍부한 것 에너지로 넘쳐나 1회성 식물 비웃다

[완도의 자생 식물] 2. 보리 딸기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6.17 13:26
  • 수정 2017.06.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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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논에 물이 들어오면 논두렁에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가 있다. 보리 딸기다. 지금에야 먹을 것이 많지만 그 옛날에는 풍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계절마다 먹거리를 찾았다. 4월에는 찔레꽃 순이 연할 때 그것을 꺾어 먹었고 5월은 산딸기 그리고 6월은 뽕나무 열매와 보리밭 두렁에서 열린 보리 딸기를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따 먹었다. 논과 밭두렁에 제초 약을 많이 해서 한동안 시름하다가 요즘은 이 야생 열매가 많이 보인다.

친환경 농법도 이유가 있지만 이걸 따 먹을 사람이 없다. 인구절벽이란 말을 많이 한다. 농촌 들판을 보면 그야말로 인구 절판이 되고 말았다. 간혹 농기구만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자연스레 들판에서 엄마가 따 먹을 것을 보고 아이가 따라먹는 풍경은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고 말았다.

요즘 먹거리 문화들이 다양해져서 살맛 나는 세상이 왔다. 혀끝에서 풍요로운 맛의 묘미는 행복할 수 있는 권리이다. 맛과 영양 음식을 찾아다닌다. 먹을거리부터 우리 몸을 치료하는 병원까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병은 더 많이 생겨났다.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순 없지만 먹는 음식도 느림의 미학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나 싶다. 요즘 둘레길을 많이 찾는다. 여기서 가만히 쪼그려 앉아 야생초는 보면서 마음을 보듬어 보는 것이다.

자생력이 풍부해 보고 있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넘쳐난다. 우리 어머니들은 다음해의 씨앗을 남겨놓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리고 다음해에 그 작물은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었다. 그런데 요즘 씨앗들은 내성력이 약해 그해 받은 씨앗으론 다음해에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미 이런 씨앗들은 씨앗 회사에서 만들어진 1회성 식물이다. 스스로 버틸 힘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작물이 우리 몸속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발산하겠는가. 산에서 산딸기가 익고 나면 이어서 보리 딸기가 익는다. 보리와 함께 익는다 하여 보리 딸기라고 부르는 것 같다. 둘 다 가시가 있고 산딸기는 달고 보리 딸기는 약간 신맛이 난다. 6월의 길가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는 보다 천천히 걸으라 한다. 그동안 너무 빠르게 걸어와서 보이지 않았다. 이젠 주위를 돌아보고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는 데에는 마음을 고요하게 쓰다듬는 뜻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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